SRC 평가 1등… ‘훈제청어’ 전법이 통하다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 18: Yoon YG, Koob MD, Yoo YH. Re-engineering the mitochondrial genomes in mammalian cells. Anat Cell Biol, 2010;43:97-109.

■사람: 윤영걸(다섯 번째 연구교수, 현 중원대 의생명과학)
■학문적 의의: 사람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유전자 연구법 제시

SRC를 유치하고 연구교수 공모를 내었더니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포닥’(박사후과정)으로 근무하던 윤영걸 박사가 전화를 하였다.

미토콘드리아 유전공학을 연구한 윤 박사의 배경은 일견 내 방에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공학적 기술을 내 방에 제공하면서 내 방의 세포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본인이 경험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진솔한 뜻을 받아들였다.

나는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함께 일하자고 답하였다. 윤 박사는 가족과 함께 바로 귀국하였고, 우리 실험실에서 분자유전학 기법을 전수하는데 이바지하였다.

본 종설 논문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연구하는 주요한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는 여러 질병과 관련 있으나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정하여 연구하는 기법이 마땅하지 않다.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변형시켜 사람 등 포유류 세포에 다시 삽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런 형편을 감안, 사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효모에 삽입하여 간접적으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연구하자는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본 논문 간행 시점에서 윤 박사는 실제 효모에 사람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유전자를 삽입하여 기능을 연구하는 체제를 수립하였다.

싱가포르학회에서 발표한 포스터 앞에 선 윤영걸 박사. [사진=유영현 제공]
마침 우수연구센터 SRC 부문 중간평가가 다가왔다. 우수연구센터 간의 중간평가는 피를 말린다. 전국의 우수 연구진 간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여 선정된 센터들이 상대평가를 받는 자리다.

이미 우수하여 선정된 센터들이 큰 금액의 연구비를 4년 받고 이룬 성취를 평가받고 연구비의 가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시 4개 센터가 중간평가를 받게 되어 있었다. 우리 센터도 지난 4년간 열심히 연구하였으나 다른 센터에 비하여 우위인지 열위인지는 불확실하였다.

평가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경쟁 센터 하나가 자신들 연구 결과를 한 일간지에 크게 소개하였다. 중간평가를 앞둔 언론플레이인지 실제로 신문에 알릴만한 중요한 연구 업적인지는 몰랐지만, 아무튼 긴장은 고조되었다.

평가를 대비한 회의에서 나는 윤영걸 박사의 이 업적을 강조하겠다고 말하였다. 동료 연구진들 의견이 갈렸지만, 나는 이 업적이 우리가 강조할 만한 새로운 업적이라는 주장을 유지하였다.

“만능 연구 모델”이라는 ‘Red Herring’, 심사위원들은 갑론을박에 빠져

이 연구 모델에 “all encompassing model”(모든 것을 포괄하는 모델)이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거기에 더해 “미토콘드리아를 연구하기 위한 만능 연구 모델”이라고 주장하기로 하였다.

이 신조어는 당시 심사장에서 아주 큰 반향을 얻었다. 심사위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모델과 신조어에 관한 토론이 집중되면서 우리 센터의 ‘그늘’은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 센터는 중간평가에서 1등을 받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all encompassing model”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훈제청어’(Red Herring) 역할을 하였다. 애초의 내 전략은 아니었다.

  • Red Herring: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이른바 ‘성동격서’에 해당하는 비유. 옥수수 밭을 지키기 위해 향이 강한 훈제청어로 사냥개 후각을 마비시켜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식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단서, 또는 일종의 낚시성 트릭.(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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