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의 전쟁 끝낼 열쇠, ‘OO’에 있었다고?
식물성 기름 기반 비누 사용하자 살충 효과 최대 10배 증가
오랫동안 인류의 골칫덩이였던 모기를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비누’였다.
물리면 가렵고 밤새도록 귀 주변에서 앵앵대는 모기는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여전히 공중보건의 큰 위협이다. 스프레이 형식으로 뿌리는 살충제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내성이 생긴 모기에게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 텍사스대 생물과학과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PLOS’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특정 성분(네오니코티노이드)으로 만들어진 살충제에 주방용 액체비누를 첨가하면 살충 효과를 최대 2배, 독성을 최대 10배 높일 수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니코틴과 같은 성분의 신경 자극성 살충제다. 곤충에게는 치명적인 작용을 하지만, 포유류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계열 살충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식물성 기름을 섞어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텍사스대의 이번 연구를 이끈 콜린스 캄뎀 교수는 과거 카메룬 감염병연구센터(CRID)에서 일하며 살충제 실험을 하다 우연히 주방용 비누가 식물성 기름 기반의 계면활성제라는 사실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저가 브랜드의 비누 3종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4종에 첨가한 뒤 살충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비누 3종 모두 살충제의 효과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독 사용 대비 24시간 내 살충 효과가 30%에서 최대 100% 향상된 것. 특히 네오니코티노인드계 살충제의 한 종류인 클로티아니딘의 경우 독성이 약 10배 강해지는 결과도 관측됐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농약에 자주 사용되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쉽고 안전하게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통해 비누가 정확히 얼마나 필요할지를 검증할 계획이다. 캄뎀 교수는 “후속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아프리카 주민들이 모기장에 발라 사용할 수 있는, 실내에서도 안전한 비누 살충제가 탄생할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