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좀비사슴 출현"...매년 한국도, 사람에 감염 우려는?
미국 국립공원 사슴들에서 '만성소모성질병(CWD)' 출현...한국서도 매년 보고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비틀거리며 침을 질질 흘리면서 무표정으로 응시하는 사슴들...,
일명 ‘좀비 사슴’으로 불리는 사슴 질병 사례가 미국 대표 국립공원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미국 와이오밍주(州) 북서부와 몬태나주 남부, 아이다호주 동부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에 걸린 사슴이 처음으로 확인돼 공원이 비상에 걸렸다.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미국 대표 국립공원이다.
최근 미국 와이오밍주 사냥 및 어류관리국(WGFD)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는 사슴의 혈액 샘플 채취 검사 결과 '사슴 만성소모성질병'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만성소모성질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에 걸리면 ‘좀비 사슴’을 연상케 한다. 사슴이나 엘크 등 사슴류에 감염돼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며, 뇌가 파괴되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증상을 동반한다.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침을 흘리거나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다. CWD에 걸리지 않은 일반사슴에 비해 인간을 덜 무서워하게 되고 표정이 사라진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CWD는 미국 23개주와 캐나다 2개주, 한국 등지까지 확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공식 성명에서 “현재 CWD는 인간이나 다른 가축 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람들에게 감염된 동물의 조직이나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내 농림축산검역본부도 광우병과 달리 CWD가 인수공통전염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CWD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으므로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슴고기를 소시지와 스테이크로 가공하는 처리 시설을 통해서도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프리온이 고기를 절단하거나 가공하는 장비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먹이사슬에 따라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교수는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CWD에 감염된 사슴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형된 단백질 '프리온(prions)'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몇 년의 잠복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10년 내에 CWD에 전염된 인간의 사례가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2019년에 경고하기도 했다.
프리온에 감염되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달리 몇 년간 자연에서 파괴되지 않고 타액이나 배설물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캐나다와 미국 일대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감염된 사슴을 사냥하지 않거나, 사냥한 뒤 특정 테스트를 거친 뒤 고기를 섭취하도록 강력하게 권장되고 있다.
한편, CWD는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 발병했으며, 2010년 19마리를 끝으로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나 2016년에 다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도 의령 진주 등의 지역 농장에서 CWD가 발견돼 전량 살처분 하는 등 2018년부터는 매년 CWD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당시 CWD 발생에 따라 사슴의 녹용 섭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한한의사협회는 “한국은 CWD로부터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어서 국내산 사슴뿔(녹용)을 식품으로 복용할 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한의원 등 한의의료기관에서는 뉴질랜드, 러시아 등 CWD 청정국가의 의약품용 녹용을 건조한 채로 수입해 각종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것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의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용 녹용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CWD는 한국에서' 광록병'으로 불려졌으나, 혐오성 명칭이라는 지적에 따라 사용이 자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