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 신약, 지방간 치료 효과도 탁월"
레타트루타이드 8개월 복용한 비만환자의 간 지방 80% 이상 제거돼
새로 개발 중인 체중 감량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체지방뿐 아니라 간 지방 제거 효과도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0~14일(이하 현시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간질환연구협회(AASLD) 학술회의에서 소개된 내용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5일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얻은 혁신적 체중 감량제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르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젭바운드(성분명 티제파타이드) 둘이 있다. 둘 다 배고픔을 조절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에 기반했다.
잽바운드는 여기에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라는 호르몬을 추가했다.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줄여준다. GIP는 체중 감량 효과가 미비하지만 GLP-1과 함께 작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일라이 릴리가 젭바운드의 후속작으로 개발 중인 체중 감량제로 GLP-1과 GIP에 다시 글루카곤(GCG)까지 3중 호르몬 작용제로 설계됐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주사제로 개발 중이고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알약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 6월《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 1회 주사하는 레타트루타이드는 11개월만에 비만환자의 체중을 약 4분의 1 감량해 위고비와 젭바운드를 능가하는 약효를 자랑했다.
그 논문 연구진이 AASLD 학술회의에서 추가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레타트루타이드가 비만인의 간 주변에서 과도한 지방을 제거해 지방간 질환 치료효과도 뚜렷하다는 것이다. 발표를 맡은 버지니아커먼웰스대(VCU)의 아룬 산얄 박사는 “지방이 간에 실질적 위협이 되기 전 지방간의 진행 초기에 지방을 제거해 비만으로 인한 장기적인 심장, 대사, 신장 및 간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간과 그 주변에 높은 수준의 지방이 축적되는 것은 비만의 흔한 부작용이며, 종종 제 2형 당뇨병 진단과 함께 발생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최대 70%가 간 건강에 해로운 수준의 지방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레타트루타이드의 지방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98명의 비만 성인을 무작위로 배정해 고용량 또는 저용량의 약물을 주사했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향후 8개월 동안 각 환자의 간 지방 수치 변동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을 마칠 무렵 레타트루타이드를 8㎎(저용량) 투여한 사람은 간 지방이 평균 81.7% 감소했고 12㎎ 고용량 투여한 사람은 간 지방이 평균 86%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산얄 박사는 “놀랍게도 48주째에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의 93%가 간 지방이 5% 미만으로 떨어질 정도로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간 지방이 5% 미만으로 감소했다는 것은 환자가 더 이상 지방간으로 진단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산얄은 박사는 이러한 개선효과를 “매우 극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비만 환자의 경우 75%가 간에 과도한 지방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 초기 간질환 환자의 간 지방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8개월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저용량 레타트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은 체중이 약 24% 감소한 반면, 12mg 용량을 복용한 사람들은 평균 약 2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는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까지는 예비 연구 결과로 간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