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 어떻게, 왜 해야 하나?

[손춘희의 죽음과 의료]

오늘날 한국인 10명 중 8명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러면서 자연사는 없어지고, 모든 죽음이 병사나 사고사가 되었다. 태어난 자는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자연사가 없어지니,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는가’ 할 때도 치료가 멈추지 않는다.

연명치료 거절이 법제화되면서 멈춰야 될 곳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법은 배우지 못한 채, 중환자실 앞 담당의사의 긴박한 설명만으로 결정하고 오랫동안 후회할 수도 있다. 본 칼럼에서는 간단하게라도 연명치료의 중단 결정을 어떻게 할지 같이 생각해 보려 한다.

1. “호흡기 떼달라”… 연명치료 중단, 죽음의 선택인가?
2. 연명치료가 의미 없다고?
3. 누가 연명치료를 의미 없다 하는가?
4. 환자가 죽겠다고 한다면 죽일 수 있나?
5. 나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 어떻게, 왜 해야 하나?

[사진=클립아트코리아]
63세 여자분이 갑자기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왔다. 유방암 수술 후 재발했지만, 항암제 치료 후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분이다.

담당 의사 판단에 정신을 잃은 원인은 암 때문에 혈액 속 칼슘 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어서, 수액 주사로 희석만 시켜도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가족들이 “내가 정신을 잃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너무 무리한 치료는 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과 환자의 서명, 날인된 문서를 보여주면서 모든 치료를 거절한다. 이때 치료를 중단할 수 있을까?

2016년 2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다. 20여 년 논란이 되었던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고,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라는 본인의 뜻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존엄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법의 취지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해 잘못 적용되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내 뜻을 어떻게 전할지 알아본다.

이 법의 근본정신은 삶과 죽음 판단도 자신의 가치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가족들의 간병 부담을 고려하거나, 인공호흡기처럼 제한된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로 사회적 공동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다.

그래서 치료 중단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 본인의 가치판단이다.

본인의 가치판단 결정을 어떤 형식으로 남겨야 할까?

자기가 의식을 잃었을 때 그 상황에 맞도록 판단해줄 대리인을 설정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의식을 잃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너무나 다양해서 의사라 할지라도 모든 경우를 다 예측하기 어렵고, 개별 판단을 미리 내릴 수 없다.

앞의 사례처럼 회복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회복 후 후유증은 없을지, 회복을 위해 어떤 정도의 치료를 받아야 할지, 그 치료는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치료에 따른 부작용 확률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 너무나 많은 변수를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그런 변수들은 오늘과 내일의 상황이 다를 수 있고, 심근경색, 뇌졸중처럼 급성 질환일 때는 시간 혹은 분 단위로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나를 잘 아는 사람이 그때 의료진과 의논해서 대신 결정해 줄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법률대리인 제도가 없다.

차선책은 대략 이런 상황이 되면 이렇게 해달라고 문서로 남기는 것이다. 법률로 정해진 방법은 두 가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다.

두 문서 모두 어떤 연명 치료를 받을지 미리 결정해 둔다는 점은 같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도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다. 그래서 ‘연명의료계획서’와 달리 문서에 의사 서명 필요 없이 본인 서명만으로 법적 효력이 있다. 의료기관 외에도 복지재단 등 법정 등록기관(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게재)에서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 과정’에 있는 ‘말기 환자’만 작성할 수 있다. ‘임종 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하여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고, 환자뿐 아니라 의사 서명이 필수적이다. ‘말기 환자’ 역시 같은 기준의 의료진이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등으로 진단한 환자들이다.

이런 환자들이라 하더라도 모든 치료를 중단하지 못한다.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만을 중단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연명 치료 범위 역시 법률로 정하는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체외생명유지술(ECMO), 수혈, 혈압상승제만이 대상이다. 비-위 영양관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위법이다.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 할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비록 문서로 남기지는 않았어도, 평소에 충분한 기간 동안 일관되게 어떤 의사 표현을 했다는 19세 이상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다면 본인의 의사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진술에 어긋나는 다른 가족의 진술이나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안된다.

이런 의사도 전하지 않았다면 환자 가족 전원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가족이란 배우자, 직계 비속, 존속을 말하는데 아무도 없다면 형제·자매가 된다.

이때도 중요한 점은 환자 본인의 평소 가치에 따른 대리 결정이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도, 저분이라면 어떻게 판단했을까를 봐야 한다. 또, 다른 누구도 아닌 환자 본인의 최대 권익에 따른 결정이어야 된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경우 아내의 결정이 이 두 가지 원칙, 환자 추정 의사에 의한 대리 판단과 환자의 최대 권익 목적에 어긋났기 때문에 부작위 살인죄로 판결이 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이해한다면, 앞의 사례는 치료로 회복될 수 있으므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혈액에서 칼슘 농도를 낮추는 단순 수액 치료는 ‘연명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치료는 계속될 것이다. 내가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 했다고 필요한 치료마저 중단하며 내버려 두는 일은 없다. 의료진의 최종 판단하에, 법률로 정해진 불필요한 치료만 중단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 것은 모두 안다. 얘기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죽음은 찾아온다. 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얘기를 하다보면, 그때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렵다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거나,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는 다르다. 많은 사람이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사는 동안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 깊이만큼 중요한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가 사전연명의료계획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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