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건부] 왜 지하철만 타면 졸릴까?

[‘많건부’는 ‘많은 건강정보 부탁해’의 준말로 일상에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아리송한 건강상식을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의 많건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지하철에서 졸다가 내릴 역도 놓친 경험, 있으신가요? 회사에서 종일 일하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앉아서 가다 보면 고개가 꾸벅꾸벅, 어느새 졸고 있습니다. 버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시간내에 푹~잠에 빠져든 느낌입니다. 그 상태로 집에 가면 곯아 떨어져 바로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귀신같이 그 잠은 달아나고 맙니다.

왜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더 잠이 잘 오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교통수단 안에는 적정 온도를 설정하는 환기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 편안함을 더합니다. 기본적으로 운전기사가 각자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것이라고 믿고 타기도 하죠. 이동 중이지만 지하철과 버스가 이동하는 것이지 내 몸은 움직이지 않은 상태도 잠을 더 잘 오게 합니다.

지하철의 경우, 우리를 졸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이산화탄소 농도 때문입니다. 미국수면의학 위원회의 임상 심리학자 마이클 브레우스 박사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출퇴근 중 수면 현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합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으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죠. 이에 따라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감소되고, 그 공급 속도도 느리게 만들고, 산소가 부족해진 뇌는 졸음으로 반응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졸리는 것 외에도 때에 따라 어깨 결림이나 두통 등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지하철을 탔을 때 느껴지는 일정한 진동도 잠이 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치 흔들 침대에 누운 것 같은 진동을 주는데요. 미세한 진동이 가벼운 멀미를 유발해 졸음을 유발한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지하철 평균 진동수는 2Hz~3Hz 정도입니다. 2Hz는 1초에 약 2번 정도의 떨림을 뜻하는데요.

수면에 적용 시 사람이 잠에 빠져들기 가장 적합한 진동수이기도 합니다. 가령 유모차나 자동차, 기차에서 진동 2Hz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면, 더 졸릴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요람효과라고 합니다. 갓난아기를 재우기 위해 흔들의자나 요람에 눕혀 흔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이밖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버스의 엔진 소리나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가 사람의 심리를 안정시켜 잠이 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장거리 버스나 기차에서도 잠이 오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지루하기도 하지만 뇌가 ‘고속도로 최면에 들어가 덜 활성화되는 상태가 되는 것인데요. 영국 노팅엄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제프리 언더우드 박사는 그의 저서 ‘교통 및 교통 심리학’에서 이 현상의 이론에 대해서 고속도로 최면이 무아지경과 같은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면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나무, 집, 가로등, 노란색과 흰색 도로 선, 대부분 포장 도로 등 주변의 반복적인 사물을 바라봅니다. 자연스럽게 뇌는 이 패턴에 지쳐 주의력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이로 인해 졸음이 쏟아지고 어느새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자, 왜 내가 지하철만 타면 그렇게 졸렸는지 이해가 됐을까요. 지하철에 졸다가 내릴 역 놓쳤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영혼을 불살라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숏잠’을 즐기고 여유롭게 집에 가서 더 좋은 잠을 청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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