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시 살아난 부산 119구급차, 이번엔 우크라이나를 달린다

그동안 우리 부산시민들 목숨을 지켜주던 119구급차 12대가 곧 우크라이나로 떠난다. 한창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 응급상황 처치에 필요해서다.

이들의 공식 신분은 ‘불용(不用) 차량’. 사용 연한이 지나 이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그린닥터스재단]
하지만 아직 잘 달릴 수 있고, 전반적으로 쓰는 데 지장이 없다. 또 응급 차량으로 고칠 때 쓴 개조 비용도 만만찮다. 대당 1억원 가까이 된다. 사용연한 지났다고 그냥 방치하거나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물건들.

이에 부산시소방재난본부와 (재)그린닥터스재단, 장선종합사회복지관, (사)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 등은 이들 ‘불용’ 구급차 12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

가사(假死) 상태에 빠진 이들을 정비해 다시 달릴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일종의 심폐소생술. ‘더멋진세상’과 (사)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회장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대사)도 거들었다.

추가 비용도 제법 들어갔지만, 우크라이나엔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넘겨준다.

이달 중순, 부산신항을 출발하는 이들 12대 구급차는 대만, 말레이시아 믈라카해협을 지나 인도양, 지중해, 수에즈운하, 네덜란드를 거쳐 내년 1월에야 폴란드 그단스크(GDANSK)항에 도착한다. 2만km가 훨씬 넘는 대장정.

지난 3일 오후 해운대 백병원 옆 임시공영주차장에서 부산시소방재난본부 박염 방호조사과장과 정근 이사장 등 그린닥터스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시소방재난본부의 불용 구급차 12대를 우크라이나에 무상 양여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사진=그린닥터스재단]
그다음엔 폴란드 적십자사가 이들 119구급차량을 인수해서, 인접 국가인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전달하면 임무 완료.

부산시소방재난본부가 불용 119차량들을 해외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부터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파라과이, 필리핀, 몽골 등 7개국에 모두 101대의 불용 구급차들을 무상 제공해왔다.

한편, 그린닥터스(이사장 정근)도 지난 2022년 5월 12∼20일 부산 온종합병원 의료진과 함께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피란민 캠프를 방문해 긴급의료 지원을 한 데 이어, 그해 대국민 기부캠페인을 통해 모집한 20억 원 상당의 의약품을 우크라이나 현지에 전달했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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