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 지방 제거? 눈 밑 지방 재배치?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눈꺼풀이 꺼졌다며 상담 오시는 분과 있었던 일입니다.
"윗눈꺼풀이 꺼져서 피곤해 보여요."
말씀을 듣고 눈을 보니, 윗눈꺼풀은 꺼져 있는데 아래쪽 눈 밑 지방도 돌출되어 더 피곤해 보였습니다. 눈 밑에 불룩하게 돌출된 지방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꺼졌던 윗 눈꺼풀이 통통하게 차올랐습니다.
제가 여쭤봅니다.
"이전에 (눈 밑 지방제거) 하셨어요?"
" 아, (레이저 눈 밑 지방 재배치)했어요."
"'눈 밑 지방 재배치'라고 들으셨지만, 아마도 실제 수술은 '눈 밑 지방 제거' 였을 거예요. "
수술법이 발전하는 모습들을 보면 세상 여느 일들과 비슷하게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을 거칩니다. 널리 시행되는 수술법의 단점들이 발견되고, 기존 단점이 해결된 새로운 수술법이 개발됩니다. 새로운 수술법이 충분히 검증되고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전 수술법을 대체합니다. 기존 수술법은 '과거의 방법'으로 물러납니다.
여러 수술법에는 제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우리에게 알려진 수술 중 '과거의 수술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흔히 '과거의 수술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눈 밑 지방 제거술'입니다.
눈이 피로하거나, 노화로 눈 주위 조직이 약화될 때 눈 밑의 지방이 불룩하게 돌출되곤 합니다.
과거에는 눈밑 지방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눈 밑 지방을 '제거'해주는 수술이 널리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노화로 돌출된 눈 밑은 결코 지방이 과도하게 많지 않습니다. 지방을 제거하면 일시적으로 불룩한 느낌이 좋아지지만, 오래지 않아 재발하기 십상입니다. 지방이 줄어들며 눈 주위를 지지하는 조직은 오히려 늘어지고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상담 환자의 경우처럼, 때로는 눈밑 지방 제거로 안와 지방이 줄어들며 '윗 눈꺼풀 꺼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안구는 안와 가운데 동동 떠있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눈 밑의 지방만 제거해도, 안와 전체 지방이 줄어 안구가 아래쪽으로 처지면, 눈 위가 꺼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현재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대체한 수술은 '눈 밑 지방 재배치'입니다. 노화로 눈 밑이 불록해 진 경우 지방이 과다하지 않고 오히려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대부분 지방을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룩한 지방을 옮겨 꺼진 부위를 채우고, 이와 함께 약화된 눈 주위 조직을 강화시켜 주기도 합니다. 여러 연예인들이 수술받은 사실을 밝히며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수술이기도 합니다.
'눈 밑 지방 재배치'가 표준 수술로 자리 잡으며, '눈 밑 지방 제거'라는 수술은 '왕년의 스타'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옛날 수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이젠 '눈 밑 지방 제거'를 홍보하는 병원도 찾기 힘듭니다.
환자 입장에서 '눈 밑 지방 제거'가 가지는 이점이 거의 없지만, 병원 입장에서 눈 밑 지방 제거가 가지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이 쉽고 간단하며 빠르다는 것입니다. '재배치’에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면, ‘제거’는 2~30분 정도에 끝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눈 밑 지방 재배치'라는 이름을 달고 '눈 밑 지방 제거'를 시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눈 밑 지방 재배치에서는 지방 제거가 꼭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방제거를 함께 한다면 실상은 '눈 밑 지방 제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로는 첨단의 이미지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레이저 눈 밑 지방 재배치'입니다. 칼이 아닌 레이저로 절개하면 지혈이 잘 되어 시야 확보가 쉽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저는 수술의 첫 단계인 '절개'시에만 사용합니다. 레이저는 '좋은 칼'일 뿐, 레이저가 지방을 재배치해 주지는 않습니다. 레이저로 절개 후 지방 재배치까지 한다면 더 좋겠지만, '레이저 눈 밑 지방 재배치'라는 수술들을 살펴보면 대개 '눈 밑 지방 제거'로 보입니다. 특히 수술이 빨리 끝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술이 빨리 끝나고 회복이 빠른 것은 중요한 장점이지만, 자연스럽고 오래가는 결과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