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증가 男 8% VS 女 63%...20년 사이 한국 여성에 무슨 일?
제5차 여성건강통계 발표...장수하지만 질병부담은 커
우리나라 여성의 암 발병률이 20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우리나라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 현황과 주요 이슈를 분석한 '제5차 여성건강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암 발생률은 2000년 인구 10만명 당 197명에서 2020년 321명으로 약 63% 증가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암 환자 수는 많았지만, 증가율은 2000년 283명에서 2020년 308명으로 늘어나면서 약 8% 증가에 그쳤다.
주요 암종별 발생률을 보면 2000년 인구 10만명 당 28명 발병했던 유방암은 2020년 77명으로 2.8배나 늘었다. 자궁경부암은 3배 감소했지만 자궁체부암(3.1배), 난소암(1.5배)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게 많이 발병해 남성암으로 오인하기 쉬운 폐암과 췌장암 역시 각각 24%, 67% 늘어났다.
폐암과 깊은 연관이 있는 흡연율의 경우, 여성 흡연율은 2020년 6.5%에 비해 현재 6.8%으로 소폭 상승했다. 25세~34세 젊은 여성의 흡연율이 10.3%로 가장 높았다.
이날 발표된 여성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에 비해 길지만, 주관적 건강 수준은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건강 평가에서 남성 37%가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평가한 데 반해 여성은 30%만이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삶의 질과 활동 제한 등 자가 평가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삶의 질은 낮고 활동 제한은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여성 평균 기대수명은 86.6세로 일본에 이어 OECD 국가(평균 83.2세) 2번째로 길다. 반면 남성은 80.6세로 여성에 비해 6년 적었다.
장수의 가능성은 높지만, 여성들은 골관절염과 골다공증 유병률이 남성에 비해 높아 질병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골관절염 유병률은 여성이 10.3%, 남성이 3.8%로 여성이 약 3배 가량 높았다. 이와 더불어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이 여성이 7.1%, 반면 남성은 0.7%에 그쳐 약 10배 차이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골관절염은 단기간에 사망률을 증가시키진 않지만, 길어질 경우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유병률을 16% 높였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관절염으로 신체 활동량이 떨어져 비만이 발생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병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65세 이상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66.3%로 남성(58.5%)보다 높았다.
여성은 정신 건강 역시 양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증상 경험률, 자살생각률 등이 남자 청소년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청소년 성별 우울증상경험률은 여자 청소년이 33.5%, 남자가 24.2%로 여성이 38% 더 높았다. 주목할 점은 2020년 25~34 젊은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11.9%)이 45~64세 중년 여성의 우울장애 유병률(4.4%)보다 3배가량 높았다.
아울러 남녀 우울증상 유병률 또한 여성이 6.7%, 남성이 4.8%로 여성이 높았다. 월경, 폐경, 피임 등 성·재생산 건강 역시 여성의 전 생애주기에서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여성의 41.6%, 여자 청소년 42.6%가 심한 월경통을 경험해 사회생활과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폐경기 여성의 58.7%가 △안면홍조 △수면장애 △관절 및 근육 불편함 △우울과 불안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여성건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통계 산출과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여성이 건강한 삶을 사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