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갈비뼈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가슴엔 심장과 폐가 있다. 온몸에 피를 공급하고, 숨을 쉬게 해주는 핵심장기다. 그만큼 중요해 12쌍의 갈비뼈가 척추, 복장뼈와 함께 이들을 튼튼하게 둘러싸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밖엔 안 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다. 갈비뼈에 대한 중요함과 고마움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냈다. 해부학 관점에선 약간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정도야 애교로 봐줄 만 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몸 해부학 전문가들이 모인 대한해부학회가 어린이와 청소년들 상대로 ‘우리 몸 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해부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보자는 소박한(?) 취지도 있지만, 실은 내년 광주광역시에서 열릴 ‘세계해부학회’를 앞두고 벌인 특별 이벤트.
늘 실험실에만 콕 처박혀 지내는 ‘은둔형’ 해부학자들인지라 이렇게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연다는 등 PR형 대외 활동을 하는 것은 흔치 않다. 실제로 이런 대회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예상 밖 결과에 더 고무되었다. 지난 7월 중순까지 공모한 결과, 무려 258편이나 작품이 들어온 것. 주관한 쪽에서도 깜짝 놀랐다.
이들 중에서 37편 수상작을 골랐다. 한 점 한 점이 너무나 기특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수상작이 늘어났다. 이들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연 ‘2023 대한해부학회 학술대회’(10월 18~20일) 행사장에 떡하니 걸었다. 늘 전시하던 대학원생 논문 포스터나 해부학 실험기기나 의료기기들보다 이들 작품에 참가자들이 더 많이 몰렸다.
시상식도 열었다. 초등 부문에선 ‘우리를 보호해주는 갈비뼈’를 출품한 최은경(경남 감계초등 5학년), 중등 부문에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작은 우주의 발견’을 낸 이호은(대구 성당중 1학년)이 대상을 받았다. 최우수상도 4편, 우수상도 6편이나 됐다.
대한해부학회 유임주 이사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20일 “해부학회가 학자들만의 교류를 넘어서 사회와의 소통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