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응급실 뺑뺑이·상경 진료 없앨 수 있을까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정책 주목... 국립대병원 주축 지역의료 체계 구축
19일 윤석열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 계획 발표에 앞서 이와 관련한 '정책 패키지'를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대책인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혁신전략'의 핵심은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응급-중증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기존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한다. 또한, 필수의료 관련 수가제도를 손보고 비수도권 지역과 필수의료 진료과에 전공의 배정 규모도 확대한다.
살고 있는 가까운 지역에서 큰 병 치료...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 구축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는 이번 대책의 골자 중 하나다. 주요 대형병원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편중하고 지역별 의료 역량의 편차가 심해 말기 암과 같은 중증질환자들이 치료를 위해선 상경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의 지적이 이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 국립대병원를 권역 거점기관으로 설정해 각 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중증·응급 최종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고 각 국립대병원의 인력 고용 규제를 혁신할 예정이다.
우선 총액인건비제도로 묶여 있는 상황부터 풀어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교수 정원을 대폭 늘린다. 별도의 직군 구분 없이 한 기관의 연간 인건비 총액만을 배정하는 해당 제도는 행정적 생산성을 위해 도입했지만, 의료기관에 대해선 우수 인력 확보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연간 임금 인상률을 연 1~2%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어 민간·사립대 병원과 보수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국립대병원의 위상을 제고한다. 지역 필수의료 자원 관리, 공급망 총괄 등을 주도하도록 이들 병원의 권한을 키운다.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국가암센터 등에 대해선 전국의 의료상황과 의료자원 전반을 총괄하는 최종적인 콘트롤타원인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중앙정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의 협의를 전담한다.
이에 따라, 각 국립대병원은 권역별 지역의료체계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권역에서 발생한 필수의료, 응급·중증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상황을 총괄하며 의료자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으론 필요하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필수의료센터'를 각 국립대병원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의 보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병상·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도 지원한다. 미래 전염병 위기 사태를 대비해선 국립대병원 중심의 인력·병상 대응체계를 확립하고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사이의 연계과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필수의료 수가' 올리고, '지역인재' 선발 늘린다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선제 해결 과제로 지적되던 수가제도 개편과 지역-필수의료 진료과 인재 확보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의사단체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여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한 수가(酬價·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의원에 지급하는 의료행위 대가)를 상향한다.
기존에 추진하던 방안 외에도 고난도·고위험 치료에 대한 추가 보상, 저평가 항목 수가 인상, 소아 입원 보상 강화 등을 내년부터 차례로 시행한다. 집중치료실, 격리실, 무균치료실 등에 대한 보상도 늘리고, 병·의원급 신생아실, 모자동실 입원료는 50% 인상한다. 건강보험 수가에 관련된 사항은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반영한다.
분·초를 다툴 정도로 적시 치료가 필요뿐 아니라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인프라가 요구되는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에 대해선 서로 다른 병원 소속의 수술·시술 전문의 사이의 국가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와 연계해 각 지역별, 필수의료 진료과별 인력 확보·배정 방안도 효율화한다. 여기에서도 각 권역별 국립대병원을 의료인력 양성·공급과 보건의료 연구·개발(R&D) 분야의 지역 거점으로 삼을 예정이다.
지역인재 선발을 확대해 늘어난 의대생들이 지역 의료체계로 유입하도록 유도하고 비수도권 지역과 필수과목에 전공의 모집정원을 늘려 확대 배치한다. 내년부터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수련 비용 100만원을 지급하는 등 필수진료과 수련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지역의대 신설이나 연구 중심 의대 신설 방안은 빠진 상태다. 복지부는 앞서 현 상황에서 지역의대 신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여러 차례 의견을 밝힌 상태이며,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 중심 의대에 대해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의료분쟁에 대한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줄이고 국각의 환자 피해구제 방안을 확대한다. 이는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필수의료 현장의 요구 목소리가 컸던 사안이다. 우선 개정 의료분쟁법이 올해 말부터 시행돼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부담이 기존 70%에서 100%로 늘어난다. 또한, 의료인 형사처벌특례 범위를 확대하고 (의사의)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도 지원한다.
아울러, 추가 대책과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 향후 정부는 거점기관과 함께 지역·필수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법이나 제도 개선, 재정투자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TF 논의를 바탕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고,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의료 전달체계도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