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경남 남해 항촌마을 찾아갔더니...

의사, 간호사, 청소년봉사자 등 70여명에다 마사회 말까지 출동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가 13~14일 한려수도 끝자락, 경남 남해 항촌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 주민은 한때 1200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그 1/10에 불과하다. 120가구, 150명뿐. 하지만 평균 연력이 70세가 넘는다. 전형적인 어촌 노인마을. 특히 의료시설이 빈약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아픈 몸을 이끌고 멀리 사천시 삼천포에 있는 병원까지 가야 한다.

이번 남해 항촌마을 왕진봉사단에는 부산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외과)을 비롯해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안과), 온종합병원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 부산백병원 박석주 교수(신장내과) 등 의료진이 포진했다.

여기에 온종합병원 정복선 간호이사․ 주연희 간호부장․ 주명희 간호팀장, 류혜영 수간호사 등과 재활센터 이대희 실장, 그린닥터스 김승희 부이사장과 박명순 사무총장 등 그린닥터스 멤버 59명이 가세했다. 초중고교 청소년들도 따라왔다.

"갖가지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우리 섬마을 노인들을 위해 왕진을 한번 와 달라"는 중등학교 전직 교장선생님 부탁을 흘려듣지 않고 봉사팀을 짜기 시작한 게 급기야 일이 커진(?) 것이다.

13일 첫날 밤. 왕진을 요청했던 류석환 전 교장 안내를 받아 세 가구를 방문했다. 암 투병 중이거나 어려서부터 골반결핵으로 잔병을 달고 살던 병약한 분들이었다. 나이도 이미 80대를 훌쩍 넘겼다.

위암 명의 김동헌 온종합병원장 등 여러 전문의들, 주말 반납하고 봉사 잰걸음

부산대병원 병원장, 대한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한, 우리나라 위암 수술 명의 김동헌 병원장은 청진과 문진을 통해 가까운 가족을 돌보듯 꼼꼼히 진료했다. 뇌출혈로 인한 수술 후유증으로 언어 장애까지 겪고 있는 주민은 최근엔 담석증이 와서 소화 장애까지 있었다. 걸어다니는 종합병동.

김 병원장이 남편을 진료하는 사이,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그 환자의 아내인 할머니 눈을 살펴보았다. 안과 전문의이기도 한 그는 “눈이 늘 침침하다”는 환자 얘기를 자세히 듣더니, 눈 관리 요령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두 의사의 지극한 왕진에 크게 감동한 할머니는 "어떻게 사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다음날. 의료봉사단은 마을경로당에 임시 진료실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허리도 무릎도 아프다”, “눈이 침침하다”며 정형외과와 안과 진료실을 많이 찾았다. “혈압이 높아 벌써 수년째 약을 먹고 있다”는 주민은 신장내과 박석주 교수 곁을 떠날 줄 몰랐다. "배 타고 나가서도 받기 어려운 대학교수 진료를 여기서 받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재)그린닥터스]
외래 진료를 마친 주민들은 고급 영양제 주사 처방과 함께 치료사들부터 섬세한 물리치료도 받았다. 오랜 노동으로 허리 디스크나 퇴행성 무릎 관절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항촌마을 주민들은 젊은 치료사들의 물리치료를 받고 흐뭇해했다.

전문의 진료에 영양제 주사와 물리치료...여기에 한국마사회 '홀스테라피'까지

이번 봉사의 또 다른 하일라이트는 한국마사회 ‘홀스테라피’(horse therapy).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9명은 이번에 승마 체험용 말 1마리와 관상용 조랑말 3마리를 데려왔다.

이들을 항촌마을 깨자갈 몽돌 연안에 풀어놓고는 진료가 끝난 주민들에 선보였다. 그랬더니 주민들은 생전 말을 처음 보기라도 하듯, 꼬마들처럼 신기해했다.

몇몇 할머니들은 직접 승마 체험에 나섰다. 마사회 ‘홀스테라피’는 사람과 말의 교감을 통해 심신 안정을 꾀하는 진료 지원 프로그램이다.

14일 저녁, 봉사단이 돌아가야 할 시각. 항촌마을 조우용 이장은 식사비에 보태쓰라며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하지만 봉사단은 이를 마을발전기금으로 봉투째 되돌려준 후, 남해산 누렁 호박 여섯 덩이를 선물로 대신 받아왔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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