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고 '삭센다·위고비·오젬픽' 맞았다가...위장장애 부작용 '시끌'
GLP-1 작용제 계열, 췌장염 등 위험 최대 9배 높아...해외선 환자 소송도 진행 중
비만약과 당뇨약으로 제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GLP-1 유사체 계열 치료제들에서 부작용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신 조사 결과 체중 감량 목적으로 '리라글루타이드'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를 사용한 사람들에선 위마비 및 췌장염, 장폐색 등의 위장장애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됐다.
이를 놓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글로벌 허가기관은 해당 성분을 사용한 제품들의 안전성 정보를 변경할 것을 명령한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는 지난 5일자 미국의사협회(AMA) 공식 저널에 발표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이들 GLP-1 작용제 계열 치료제를 사용한 인원에서는 위마비, 췌장염, 장폐색 등 위장장애 발생과의 연관성을 보인다는 의견이 보고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도는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주목할 점은 당뇨병 환자가 아닌,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작용제 계열 약을 복용한 인원에서 처음으로 위험도가 높게 확인됐다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GLP-1 약물을 사용한 당뇨병 환자들에서는 이미 드물게 위장장애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등록된 1600만 명의 환자 데이터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물을 복용한 인원 613명과 리라글루타이드 성분 약물(제품명 삭센다)을 사용한 인원 4144명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사용한 약물로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약 '위고비'가 해당된다.
이들 GLP-1 계열 약의 비교 약물로는 2014년에 출시된 비 GLP-1 계열 비만약 '콘트라브(성분명 부프로피온-날트렉손)'를 사용한 654명의 환자 데이터가 비교됐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는 체중 감량을 위해 약물을 처방받았으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없었다.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GLP-1 성분제제를 투여한 인원들에서는 콘트라브를 복용한 환자와 비교해 췌장염이 9.1배, 장폐색이 4.2배, 위마비가 3.7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췌장염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 복용 환자에서 0.8%,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환자의 경우 0.5%로 조사됐다. 위 마비(위 배출 지연) 증세는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의 1%에서 발생한 반면 리라글루타이드 투여군의 경우 0.7%로 관찰됐다.
더불어 세마글루타이드 복용 환자군에선 장폐색이 발생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으며, 리라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선 0.8%의 비율로 보고됐다. 이에 비해 콘트라브 사용자의 경우 위마비는 0.4%, 췌장염과 장폐색은 각각 0.2%의 비율로 다소 낮게 나타났다.
현재 미국 FDA는 GLP-1 계열 약물인 오젬픽과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의 약품 라벨에 장폐색증에 대해 경고한 상황이다.
지난 9월 오젬픽의 라벨에 해당 경고 문구가 추가됐을 때,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약물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로 15년 이상, 체중 감량 목적으로 8년 이상 시장에 출시되어 처방돼 왔다"며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강력한 임상 개발 프로그램과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를 통해 광범위한 검증이 이뤄졌다. 누적 환자 노출 기간이 950만 인년(patient years)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외 지역에선 약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부작용에 대한 조사도 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8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여성은 오젬픽과 마운자로를 투여한 이후 심각한 위장장애 문제를 겪었다며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당시 회사는 성명서를 통해 "위장 질환은 GLP-1 계열 약제의 잘 알려진 부작용"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대부분의 위장관계 부작용은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이며 지속 기간이 짧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