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했어도, 사무장병원했어도 의사면허 다시 받는다
중범죄로 면허가 취소됐다가 면허를 다시 교부받은 의사가 최근 4년간 99명이나 된다.
다들 마약류관리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치사, 진료부 거짓작성 등으로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경력이 있다. 마약을 상습적으로 맞아온 이들도 있다. ‘사무장병원’, 즉 무면허의료행위 교사로 거액의 건강보험을 빼먹다 적발된 예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강기윤 의원(국민의힘, 경남 창원성산구)가 4일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허를 재교부받은 의사는 모두 19명. 중범죄로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가 면허를 다시 내달라고 신청한 62명 중에서 30% 넘게 구제를 받은 것이다.
올해 초부터 8월까지도 46명이 신청해 벌써 10명이 살아났다. 지난 2020년엔 42명이 신청해 무려 39명이나 재교부받았다. 3명만 떨어지고, 92.86%나 재교부받은 것.
그다음 해 2021년엔 31명(45.59%)이, 22년엔 19명(30.65%)이, 올해 10명(21.74%)으로 승인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중대 의료범죄를 저지른 99명이 재교부를 받았다는 건 환자나 보호자 처지에선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이들이 지금 어디선가 의사로 의료행위를 다시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죄부를 받은 건 이들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받았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다는 점 때문. 사법부가 먼저 느슨하게 판결을 내리고, 이를 빌미로 정부가 면허를 재교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강기윤 의원도 “마약 투약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가 면허 재교부 승인을 통해 다시 진료를 보는 상황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이고, 또 크게 우려 된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치과의사, 한의사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박하게 굴었다.
치과의사는 최근 4년간 25명이 신청해 6명(24%)만 구제받았고, 한의사는 99명이 신청해 27명(27.27%)만 다시 살아났다.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재교부’ 절차에서 엄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고, 심사위원 구성이 어떠냐에 따라 들쭉날쭉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강 의원 역시 “(면허)취소 사유가 유사한데도 사안에 따라, 직종에 따라 면허 재교부 여부가 다르게 나오는 등 면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 했다. 그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부터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국정감사는 11일부터다.
한편,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6년간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모두 328명. 그중 의사가 159명이나 된다. 그다음 한의사가 87명, 간호사 53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치과의사도 면허 취소된 이가 모두 2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