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臥薪嘗膽)의 쓸개는 곰쓸개였다?

[이요세의 건강요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섶(땔감)에서 누워 자고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복수나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난을 참아내고 끈기 있게 이겨낸다는 의미로 쓰이는 고사성어이다.

와신은 중국 춘추시대 말기, 부차(오나라 왕)가 아버지 합려(선왕)의 원수를 갚으려고 섶에서 잠을 자며 복수의 의지를 불태웠다는 것이고, 상담은 합려를 죽인 구천(월나라 왕)이 부차가 일으킨 복수전에서 패해 그의 신하가 된 굴욕을 설욕하기 위해 쓰디쓴 쓸개를 혀로 핥으며 절치부심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부차를 죽이고 복수에 성공한 월왕 구천이 핥았다는 쓸개가 웅담(곰쓸개)인지 돼지 쓸개인지 아니면 다른 쓸개인지 문헌상으로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인내력이 대단했던 구천이 지략도 뛰어난 만큼, 건강에도 효과가 좋은 곰쓸개를 이용했을 것이란 추론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실로 ‘위대한 각오를 다지면서 속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일거양득의 책략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간 섬유화, 알코올성 간 손상 등 만성적인 간질환과 피로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진 한약재 웅담은 곰 농장에서의 비윤리적인 사육과 웅담 채취로 논란이 되면서 국내에서 수십 년간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의 정식 허가받고 러시아에서 웅담이 한약재로 정식 수입, 한방의료기관을 통해 다시 처방되기 시작됐다.

러시아에서는 곰에 의한 인명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개체수 조절을 위해 매년 최소 1만 마리 이상의 곰을 의무적으로 잡고 있다.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잡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유지를 위해 매년 의무적으로 사냥한 곰에서 채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이 없다.

고가의 한약재인 웅담은 보약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약은 아니다. 피로회복 효과는 자양 강장보다는 거의 간 기능 개선에 의한 것이다. 웅담의 주성분인 UDCA(우르소데옥시콜산)가 간의 섬유화를 막거나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을 예방하고 간세포암의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되는 등 간질환의 특효약으로 꼽힌다.

웅담은 의약품용 한약재로서 한방의료기관에서만 처방한다. 만성적인 간질환이나 간에 의한 만성피로 증상이 있다면 한의사의 진단 후 처방을 받아 복용하게 된다. 보통 작은 환약이나 캡슐 형태로 복용한다.

한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웅담은 한의학적으로 열을 식히는 효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거나 특별히 웅담을 복용할만한 증상이 있지 않은 경우라면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또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도 전문가와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경을 맞댄 오나라와 월나라는 왕들이 서로 치고받고 죽이며 극한 대립을 했다. 백성들의 민심도 서로 원수지간이었다. 하지만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즉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탔을 때 풍랑을 만나자 서로 필사적으로 협력했다고 한다.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오늘부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와신상담을 해보자. 금연, 절주, 운동, 식이 등에서 가능한 좋은 방법을 동원하고 실천하는 것이 힘들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질병을 이겨내고 건강을 지키는데 오월동주라도 못 할 일이 아니다.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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