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30년산의 추억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 8: Lee SW, Lee HJ, Chung WT, Choi SM, Rhyu SH, Kim DK, Kim JY, Kim JM, Yoo YH. TRAIL induces apoptosis of chondrocytes and influences the pathogenesis of experimentally induced rat osteoarthritis. Arth Rheum, 2004;50:534-542

■이성원. 정원태 동아대 의대 교수(류머티스내과)
■학문적 의의: TRAIL이 관절연골사를 유도하여 골관절염을 유도

동아대 의대 류머티스내과 정원태 교수가 내 실험실을 찾았다. 교수 요원으로 양성하던 임상펠로우 이성원 선생이 동행하였다.

류머티스내과 교실을 창설한 정 교수는, 본인에게는 실험연구 기회가 없었으나 후에 임용될 이성원 선생은 연구 역량을 갖춘 교수가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하였다. 정교수 청이 고귀하여 뜻을 받아들였다.

류머티스내과는 활액막에서 유래하는 류머티스관절염, 연골에서 유래하는 골관절염 등 두가지 관절염 환자를 주로 치료한다. 그중 연골세포의 파괴는 골관절염으로 바로 이어진다. 골관절염은 내가 수립한 '아폽토시스 관련 질병' 카테고리에 정확하게 속하였다.

동아대 의대 정원태(왼쪽), 이성원(오른쪽) 교수. [사진=유영현]
이성원 교수는 나를 지도교수로 박사과정에 진학하였다. 그의 박사 연구를 지도하기 위하여 나는 연골세포사와 골관절염 연구를 새로이 시작하였다. 학생이 관심을 가지는 연구 주제로 내 연구 지평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좋았으나, 언제나 새로운 일에는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가야 한다.

연골세포를 처음 배양하고 실험 조건을 잡아나갔다. 그리고 힘들여 골관절염 동물모델을 수립하였다. 이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골관절염 동물연구에 나섰다.

박사학위과정 중 이성원 선생은 바쁜 임상 일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실험하였다. 연구보조원의 손을 빌리기도 하였으나, 당시 노력은 가상하였다.

마침 이웃 실험실에서 제작한 TRAIL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한 연구가 가능하였다. 이성원 선생은 TRAIL이 골관절염에 관여한다는 중요한 결과를 얻어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학위논문은 관절염 분야 세계 최고 잡지인 ‘Arthritis & Rheumatism’에 제출되었다. 심사 후 녹록지 않은 수정요구를 받았으나, 추가 실험하여 수정요구를 만족하고 논문을 재제출하였다.

그 사이 이성원 박사는 동아대 교원으로 임용되었다. 이성원 교수는 재제출된 논문이 심사받는 동안 해외학회에 참석하였고, 귀국 길 공항에서 논문의 최종 채택 소식을 들었다.

이성원 교수는 귀국하여 즉시 내 방에 들렀다

그의 손에는 발렌타인 30년산 위스키 한 병이 들려있었다. 골관절염 최초의 논문 덕에 발렌타인 30년산을 맛보게 되었다.

나는 동료들을 불러 실험실에서 발렌타인 30년산으로 낮술을 하였다. 이 선물은 학생에게서 내가 받아본 선물 중 가장 고가였다. 지금 시기라면 청탁금지법 위반을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큰 선물이었다.

본 연구 이후에도 류머티스내과는 골관절염 환자 샘플을 모으고, 연구원의 인건비 일부를 감당하며 오랫동안 공동연구를 수행하였다.

우리는 골관절염 연구로 연이어 좋은 업적을 내게 된다. 류머티스내과의 연구 역량은 명성이 높아졌다. 씨를 뿌린 이는 정원태 교수고, 열매를 거둔 이는 이성원 교수다. 둘 다 승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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