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하의 JW중외제약, ‘10년 그늘’ 벗어나려나
녹십자-종근당 등에 비해 성장률-영업이익률 부진
보령엔 매출 역전 ‘수모’… 작년 이후 실적 개선 추세
이경하 회장이 마침내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될까. 지난 10년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경쟁사에 매출 역전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던 JW중외제약. 그런 JW중외제약이 심기일전하고 있어 제약업계와 증권가가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JW중외제약에 대해 잇달아 긍정적 리포트를 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JW중외제약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1904억원과 209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81.3% 늘어난 수치다.
앞서 지난달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JW중외제약의 올해 별도 기준 매출을 작년에 비해 11.4% 늘어난 7543억원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41.1% 증가한 948억원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리바로젯-헴리브라가 효자 노릇
박 애널리스트는 대표 제품인 고지혈증치료제 '리바로젯'이 올해 123% 성장한 725억원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 내놓은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는 200% 이상 성장한 201억원 매출을 예상했다.
주요 제품 매출 흐름이 좋은 것은 수년 전부터 진행한 재무구조 개선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차입금 규모를 축소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차입부채는 2019년 1850억원에서 2020년 1699억원, 2021년 1618억원, 2022년 135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이 회사는 2010년대 이후 이어진 오랜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이경하 회장이 진두지휘해온 JW중외제약은 지난 10년간 상위권 제약사들의 꽁무니를 쫓기도 버거웠다. 덩치가 훨씬 큰 제약사들보다도 성장률이 뒤져 외형 격차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연결 기준)은 2012년 3970억원에서 2022년 684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5.60%다.
2015년 부친(故 이종호. 2023년 작고)의 뒤를 이어 이경하 회장이 그룹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매출 4674억원에서 지난해 6843억원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6.56% 성장했다. 2019년에는 5% 가량 마이너스 성장하는 아픔을 겪었다.
매출성장률-영업이익률 모두 경쟁사에 뒤져
반면 10위권에 있는 상위 제약사들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외제약과 덩치가 비슷한 보령은 지난 6년간(2016~2022년) 연평균 10.88%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5242억원 매출을 올리며 중외(5113억원)를 제쳤다.
중외보다 덩치가 훨씬 큰 종근당(2022년 매출 1조4883억원)과 녹십자(2022년 매출 1조7113억원)는 같은 기간 각각 연평균 10.18%, 7.33% 성장했다. 동국제약(2022년 매출 6616억원)은 13.19% 성장하며 중외제약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JW중외제약은 이익도 저조했다. 2016~2022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평균 4.21%에 그쳤다. 동국제약(13.11%), 한미약품(8.33%), 종근당(7.83%), 보령(6.21%)에 크게 뒤졌다. 녹십자(4.93%), 대웅제약(4.52%), 유한양행(4.36%)보다도 못하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 기세를 몰아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실적 호조와 함께 회사 내부적으로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주력품목이 호조를 보이면서 오랜 기간 부진을 털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