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인공지능(AI)은 무엇일까?
지난해 OpenAI의 챗GPT 등장으로 인공지능 생태계가 다시 달아오른 가운데,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결합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이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장할 경우 건강정보 제공 플랫폼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간단한 수준의 문진이나 약 처방 정도는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건강비서'의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아직까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영어를 사용해야 하고 간혹 할루시네이션 현상(환각, AI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꾸며내 답변하는 것)이 발견되는 등 그 한계도 명확하다.
네이버도 지난달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 X’를 출시하며 생성형 AI 경쟁에 합류했다.
클로바 X는 네이버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다. 출시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클로바 X는 챗GPT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약 6500배 많이 학습했으며,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쇼핑,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와도 적극적으로 연동된다. 이 덕분에 훨씬 자연스럽고 문맥에 맞는 한국어 문장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네이버까지 참전한 지금 기준으로, 각 AI는 건강정보에서 어느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지 확인해봤다. 이를 위해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구글의 바드(Bard), 클로바 X까지 주요 생성형 AI 4종에 동일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비교해 실제 클로바 X의 한국어 정보 제공이 더 뛰어난지 직접 비교했다.
네 종류의 AI 모두에게 본격 질문에 앞서 “너는 지금부터 의사야. 환자를 상담한다고 생각하고, 증상을 말하면 예상되는 질병을 말해줘”라고 지시했다. 사용자가 AI에게 물어볼만한 건강 관련 질문은 심각한 질병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느낀 불편한 증상일 것이라 가정하고 족저근막염의 대표적 증상인 ‘발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겼을 때 대처법을 물었다.
▶챗GPT, 핵심이 뭐야? 빙은 '제법이네'?
Q: 왼쪽 발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며칠째 느껴져.
챗GPT: 이러한 통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신경통, 근육통, 염좌 또는 손상, 신경통(중복해서 답변), 발 건강 문제.
통증이 계속되거나 심화되는 경우,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의료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다음 중 하나 이상의 의료 전문가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가정의학과(일반 내과), 정형외과, 신경학, 피부과.
Bing: 족저근막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뼈의 전내측과 다섯 발가락뼈를 이어주며, 발의 아치 모양을 유지하고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흡수합니다.
족저근막에 손상이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에 변성이 일어나고,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의 통증 강도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 처음 걸음을 걸을 때 가장 심한데, 대부분 발뒤꿈치 안쪽에서 통증을 느낍니다.
오랜 시간 서 있을 때 발이 뻐근하고,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그 병원 중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 세 곳을 추천해줘. 내 위치는 서울시 중구야.
챗GPT: 서울 중구에는 다양한 병원과 의료 시설이 있으며,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온라인 검색 엔진, 의료 진료 예약 플랫폼.
Bing: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정형외과 목록을 알려드릴게요.
- A정형외과의원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1가)
- B정형외과의원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 C정형외과 의원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가)
=보다시피 OpenAI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두 생성형 AI의 답변이 전혀 다르다. 챗GPT가 최대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답변한다면, 빙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답변했다. 챗GPT는 족저근막염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짚어내지 못한 반면 빙은 정확히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했으며, 자체 검색엔진(엣지)과 연동해 즉시 근처 정형외과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같은 질문 받은 구글 바드, 쓸만하긴 한데...
Q: 왼쪽 발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며칠째 느껴져.
바드: 이 증상은 족저근막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에 있는 두껍고 강한 섬유띠인 족저근막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바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족저근막염은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젊은 나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운동이나 활동량 증가, 발에 무리가 가는 자세나 걸음걸이, 체중 증가, 평발이나 과도한 아치, 잘못된 신발 착용.
족저근막염의 치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휴식 및 냉찜질, 스트레칭 및 마사지, 소염진통제, 물리치료, 주사 치료, 수술.
다음은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입니다.
-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세요.
- 발에 무리가 가는 운동이나 활동을 피하세요.
- 걷거나 달리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세요.
- 편안한 신발을 신으세요.
- 발바닥 마사지를 하세요.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고, 발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Q: 어떤 진료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까?
바드: 족저근막염은 정형외과에서 진료하는 질환입니다. 가까운 정형외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듣고, 신체 검사를 통해 족저근막염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X-ray, MRI 등의 검사를 통해 족저근막염의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Q: 내 위치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를 추천해줄래? 내 위치는 ‘서울시 중구’야.
바드: 네이버 지도를 기준으로, 서울시 중구에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3가, D정형외과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3가, E정형외과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3가, F정형외과
이 중에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는 D정형외과입니다. 을지로3가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드의 답변은 한발 더 나아간 정교한 형태를 띈다. 간단한 증상을 묻는 질문 하나를 통해 △의심되는 질환명 △발생 원인 △치료 및 예방법을 정리해 설명했으며, 의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다만 병원 추천의 정확도 면에서는 현저히 떨어졌다. 실제 바드가 추천한 D정형외과는 약수역 근처로, 을지로3가에서는 약 2.5km 거리에 있어 도보로 이동하면 40분이 넘게 걸린다. 또 E정형외과는 동대문구 회기동, F정형외과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해 ‘서울시 중구’에 있다는 사용자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정보다.
Q: 왼쪽 발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며칠째 느껴져.
클로바X: 다음과 같은 질병의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족저근막염, 당뇨병성 족부병증, 무지외반증, 발목 인대 손상, 신경종.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바닥 스트레칭, 발바닥 마사지, 신발 착용, 체중 조절, 휴식.
Q: 어떤 진료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까?
클로바X: 왼쪽 발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다음과 같은 병원의 진료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정형외과: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가장 먼저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내과: 당뇨병으로 인해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신경과: 발바닥 신경이 압박되어 발생하는 신경종의 경우, 신경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재활의학과: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재활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위에서 추천한 병원 진료과 중, 내 위치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추천해줘. 내 위치는 ‘서울시 중구’야.
클로바X: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병원 중에서 추천하는 병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G병원
- H치과의원
- I한의원
- J안과의원
위 병원들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병원 중에서 추천하는 병원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증상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병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병원의 진료 시간과 위치, 의료진의 경력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클로바X의 경우 빙이나 바드보다 챗GPT에 가까운 답변을 제공했다. 예상되는 질환 목록 최상단에 족저근막염을 명확히 언급하며 챗GPT보다는 훨씬 의도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전문성이나 정확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병원을 추천해달라는 요구에는 바로 이전 답변에서 언급한 정형외과나 내과가 아닌 척추전문재활병원, 치과, 한의원, 안과 등을 추천하는 등 답변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여기까지 단순히 비교하면 4개 AI 중 빙과 바드가 상대적으로 건강 비서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며 답변의 정교함 면에서는 바드가, 위치정보의 정확성 면에서는 빙이 앞선다고 말할 수 있겠다. 반면 챗GPT나 클로바X의 경우 깊이나 전문성 면에서 약점이 다소 드러났다. 가벼운 두통, 피부 발진, 눈 충혈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일관된 경향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