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복음병원이 어쩌다..."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에서 교수들이 빠져나간다.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핵심 교수들부터 줄줄이 떠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전경.

24일 부산 의료계에 따르면 고신대복음병원 영상의학과 박정구 교수가 오는 10월부터 부산 시내 중심가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긴다. 학교 측엔 이미 사직 의사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복부 판독 전문가. 일도 잘하고, 성품도 좋아 동료 교수들 사이에서도 엄지를 치켜세우는 실력파로 알려져 있다.

그에 앞서 지난 6월엔 30대 소장파 젊은 교수로 학계에서 그 역량을 주목해오던 김제훈 교수(호흡기내과)와 이진영 교수(감염내과)가 한꺼번에 사직했다. 그리고 서면 온종합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은 부부이기도 하다.

고신대복음병원의 핵심 교수 이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병원에 매출을 많이 올려준다던 전창완 교수(유방외과)는 좋은강안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옮기면서 자신의 수술팀 멤버들과 함께 갔다.

고신대복음병원 입장에선 시니어 교수에다 장래가 촉망되던 주니어 교수 2명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유방외과 쪽 시스템이 크게 흔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엔 박은택 교수(췌장담도내과)도 나갔다. 그 역시 병원에 상당한 매출을 올려주던 핵심 교수다.

그 이전에 갑상선 명의, 최영식 교수(내분비내과)가 떠나간 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최 교수는 병원장까지 지냈던 인물.

이들 핵심 교수들 이탈의 표면적인 이유는 고신대 재단의 경영난. 교수들 월급이 밀리고, 의대의 2학기 학사일정마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90년대 말 IMF 경제위기 때 겪었던 고신대 재단의 부도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돈다.

상황이 점점 악화하면서 이병수 고신대 총장이나 오경승 병원장 등 지도부의 리더십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다 올해 상급종합병원 심사에서 또 탈락할 수도

내부의 위기는 곧 대외환경의 변화로 이어진다. 당장 올 연말에 발표될 ‘제5기 상급종합병원’ 심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고신대복음병원은 2020년까지는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이었으나, 제4기 상급종합병원 심사에서 탈락했다. ‘최상위 의료기관’이라는 평가인 만큼 ‘대학병원’급으로선 자존심이 걸린 문제. 부산은 물론 부울경에서도 대학병원이지만 상급종합에서 밀려난 건 고신대복음병원뿐이었다.

하지만 병원이나 학교 경영이 갑자기 좋아지긴 힘든 상황. 게다가 여기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대학병원 교수들이 학교를 떠나 개원하거나 이직하는 것이 일반 추세로 바뀌고 있는 만큼 고신대복음병원 교수들 이탈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속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부산의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최근 소화기내과 교수 2명이 사직하고 개원했다. 이에 한 대학병원 교수는 푸념하듯 “의대 교수가 존경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서울 등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의대 교수들 이탈은 수년 전부터 시작됐고, 이젠 놀랍지도 않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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