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속에 갇힌 벼룩처럼…우울증은 학습된 무력감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는 우울증의 핵심 감정인 무기감은 학습으로 이루어진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통제력을 상실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처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는데 이 무력감이 일반화할 경우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셀리그만 박사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서 개를 상자의 한편에 넣고 개가 무슨 행동을 하든지 전기 충격을 주고 전기 충격을 받지 않는 장소로 점프해서 피할 수 없게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복하니 전기 충격을 받은 개는 칸막이를 점프하는 행동을 포기하고 그대로 전기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시 전기 충격을 회피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하고 전기 자극을 그 개에게 주었더니 그 개는 낑낑거리기만 하고 다른 칸으로 건너가 전기 충격을 피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셀리그만 박사는 이러한 개의 행동을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했고,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실험으로 벼룩은 높이 뛰어오르는 점프력이 아주 강한데, 이러한 벼룩에게 뛰어오르면 부딪쳐서 다시는 뛸 수 없도록 여러 번 반복하면, 이렇게 학습된 벼룩은 더 높이 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 주어도 이전에 학습한 높이만 뛴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 역시 학습된 무력감에서 오는 행동이다.
인간도 비슷하게 직장을 구하려고 여러 번 노력을 많이 했는데 직장을 구할 수 없으면 학습된 절망감 때문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학습된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애인에게 거절당한 남성은 여성 사귀는 것을 처음부터 포기하고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시도하다가 좌절이 되면 쉽게 포기하고 외부 행동을 철회하고 자신만의 도피처에서 살아갈 때 학습된 무력감에 의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학습된 무력감에서 오는 우울증에 대한 대책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려야 한다.
우울증 내담자를 상담하다 보면, 무력감 때문에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다가 좌절감을 반복하면서,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잘 모르게 되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좌절된 시도가 반복되면 의욕을 잃은 상태에 빠져서 무기력해졌다. 무기력감 때문에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원했고, 그 목표가 왜 자신에게 중요했는가를 다시 조명하고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원하는 직장이 없어서 좌절하고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돈이 우선인지, 직장의 분위기가 중요한지, 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직장인지 원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직장에서 받는 봉급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는 직장에 흥미를 잃고 스트레스를 받고 포기한다고 한다. 반면에 자신이 원하는 그것이 좋아서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은 그 일 자체와 일은 즐기는 자신을 사랑하기에 스트레스도 덜 받고 보람 있는 삶을 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음 단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려는 방법이나 행동이 잘못되었는데 그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면,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자신이 처음 시도할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고 변했는데, 아직도 과거의 상황을 상상하고 그 당시의 행동을 반복한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이 현재 하는 행동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인지 아닌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학습된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자신이 현재 하는 행동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행동인지 반성하는 것이다. 상담하다 보면 많은 사람은 우울한 결과를 바꾸어서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데, 그것을 달성하려고 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학습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미 사망한 자녀 때문에 우울한 어머니는 자신의 가슴 속에 그 사망한 아들을 품고 사는 한 행복해질 수 없다. 요리가 맛이 없으면 요리 방법을 바꾸어야 맛이 달라지지, 같은 방법으로 요리를 하면 맛이 달라질 수 없다.
▸ 목표 달성을 위한 효과적이 아닌 행동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같은 방법을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라는 관습이 생겨서 이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구조조정을 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의 눈치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우울한 사람들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고 나쁘게 보면 좀 어때! 나 괜찮거든!” 하면서 과감하게 행동을 해야 좀 변한다. “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해지자” 해야 남의 시선을 조금 덜 두려워할 수 있다.
▸ 새로운 대안적인 행동을 모색하고 시도하면 된다.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종 방법은 지금까지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 방법에 대안 새로운 방법 즉 대안적인 방법을 실행해야 한다. 우울증의 핵심은 우울증을 느끼게 하는 행동에 갇혀서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지 못하는 데 있다. 우리는 융통성 있는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 자녀의 상실 때문에 힘들어하고 우울한 사람은 반대 행동, 즉 자녀를 과감하게 떠내 보내야 한다. 애인에게 거절당해서 우울한 사람은 이전 애인 보는 보고 판단하는 눈을 뜨고, 더 멋있는 애인을 찾으면 된다.
권투 선수 홍수환처럼 7전 8기로 싸우면 결국은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은 보면 실패했을 때마다 실패한 행동에 대한 대안적 행동을 추구하다 보니 결국은 해결책을 발견하고 알아내서 실행했더니 성공한 사람들이다. 당신도 학습된 무력감에서 새로운 행동 선택을 하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