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충 vs 아내의 잔소리... 중년에 몸의 변화가?

[김용의 헬스앤]

부부는 가치관이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우기지 않아야 한다. 잔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꾹 참는 인내도 필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나이 든 남편이 집 냉장고만 열면 잔소리를 합니다. 음식이 너무 많이 쌓여 있고, 오래된 음식도 있다면서... 집안일을 조금 도와주면 그렇게 생색을 내요. 돈 벌어 올 땐 꾹 참았지만, 이젠 가사도 나눠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사소한 일에 잔소리가 심해 속에서 열불이 나요.”(아내)

“머리 감을 때 빠진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아요. 욕실에서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 아내의 머리카락을 꼭 내가 치워요. 둘만 사는데 현관 앞에 (아내의) 신발이 가득해요. 제 신발 놓을 자리가 없어요. 바로 옆에 신발장이 있는데... ”(남편)

기대수명이 늘면서 정년 퇴직 후에도 부부가 20~30년을 함께 사는 시대다. 남편과 아내가 한 공간에서 부대끼다 보면 자녀들과 같이 살 때와는 다른 환경과 마주할 수 있다. 수십 년을 함께 산 부부가 서로 "어떤 사람인지 너무 몰랐다”는 소리를 한다. 장점보다는 단점만 보여 살을 맞대기 싫다는 표정이다. 앞으로 20년 넘게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할 정도다.

아내는 남편이 퇴직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불편을 느낀다. 밥 차려 주는 것부터 시작해 부딪히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방귀나 트림도 마음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예전의 가부장적인 성격까지 있으면 마음 고생이 더 심할 수 있다. 한때 유명인들이 이혼 사유로 ‘성격 차이’를 든 경우가 있었지만 내가 성격 차이를 느낄 줄 몰랐다는 것이다. 부부가 단 둘이 사는 20~30년을 슬기롭게 넘기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가 됐다.

중년-노년 부부의 원만한 관계는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혼 만족도’는 신혼 부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부부에게도 결혼 만족도는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노년기에 결혼 만족도가 떨어지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국제 학술지 ‘Innovation in Aging’에 실렸다. 한국 노인들을 상대로 결혼 만족도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만족도가 낮을수록 인지 기능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만족스럽지 않은 부부 관계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 뇌의 기억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 만족도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가량 컸다. 이들은 불만족스런 부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흡연과 지나친 음주 등 인지 기능에 해로운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울러 여가 및 사교 모임 등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낮아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경우는 어떨까? 혼자 살면 자유롭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좋을까? 최근 질병관리청 학술지 ‘주간 건강과 질병’에 실린 논문을 보면 현재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는 부부가 이혼·별거·사별·미혼 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없는 경우보다 더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왔다. 혼자 사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의지해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건강 상태는 정신적인 행복감 유지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특히 75세 이상의 경우 주관적 건강 상태가 좋으면 행복감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감을 낮추는 것은 아픈 데도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 관절염, 당뇨병, 고혈압 투병 순이었다. 행복은 건강한 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종교, 친목, 여가(레저), 봉사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하며 주변과 활발하게 접촉하면 행복감 유지에 도움이 됐다.

평생 자유롭게 살며 독신을 고집하던 사람도 아프면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옆 지기의 존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중년이 넘으면 남편, 아내 모두 크고 작은 병에 시달린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겪는다. ‘욱’하는 성미가 심해졌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나이 들면 오래 함께 한 부부라도 각자의 독립 공간이 필요하다.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수십 년을 이어온 배우자의 성격과 습관을 뜯어 고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내 주장만 옳다고 우기지 않아야 한다. 잔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꾹 참는 인내도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가 아내, 남편에겐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늙고 병든다. 아픈 몸을 자녀에게 의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결국 부부가 해결해야 한다. 늙고 병든 아내(남편)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은 남편(아내) 밖에 없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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