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무더울 땐, 왜 입맛이 없는 걸까?
햇빛은 따갑고, 날은 뜨겁다. 무덥고 습한 날이 이어지면서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들도 많다. 기운도 없어 한다.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김윤미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이런 증상은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다”고 했다. 우리 몸은 36∼37℃의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체온 유지에 필요한 기초대사량이 적다.
따라서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원을 섭취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식사량이 줄어든다. 또 더위 탓에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잉여(剩餘) 에너지도 식욕을 떨어뜨린다.
특히 무더운 여름엔 음식을 먹을 때 몸에 열이 높아지고, 땀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되고 입맛을 떨어뜨린다. 불볕더위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위장 운동 기능이 약해지고 소화 효소 분비가 저하되는 영향도 있다.
에어컨을 튼 실내와 햇볕 내리쬐는 바깥 온도 차가 커지면 우리 몸은 자율신경 균형이 무너지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온도 차가 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식욕부진은 자연스런 몸의 반응...하지만, 심할 경우엔 몸의 균형 깨뜨려
하지만 이럴 때, 소화에 관여하는 부교감 신경은 저하된다. 위나 장의 기능이 떨어져 소화가 나빠지고 음식 생각이 준다. 김 과장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 상태인 식욕부진은 평소에 섭취하던 양보다 줄거나 전혀 먹지 못하는 증상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런 식욕부진은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그러나 식욕부진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는 경우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경우 ▲우울증, 기침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등에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의료기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 과장은 “더위로 입맛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몸은 필수 영양소를 섭취해 줘야 한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덥다고 너무 차갑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복통, 설사 등으로 이어지므로 충분한 수분과 함께 다양한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여름철 식욕부진은 외부의 뜨거운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몸의 적응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식사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몸의 활력을 떨어뜨려 전체적인 몸 균형을 해칠 우려가 있다.
김 과장은 이에 두 가지 팁을 제시했다. 하나, 실내와 실외 온도 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에어컨이 강한 공간에서는 얇은 긴소매 등을 활용하거나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그 다음은 식사량. 평소에 먹던 음식량을 다 먹기 힘들 때는 조금씩 자주 먹는 등 기존 식사량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