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깨면 잠들기 힘든’ 불면증도 치매 위험 높일까?
“되레 치매 위험 40% 낮춰”…잠자리 든 뒤 30분 내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 위험 50%↑
잠자리에서 30분 안에 잠들지 못하는 유형의 불면증(수면 시작 불면증)과 일부 수면제 복용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반면,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든 유형의 불면증(수면 유지 불면증)은 치매 위험을 오히려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주립대 의대 연구팀이 ‘전국 건강 및 고령화 동향 연구(NHATS)’의 10년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다.
연구팀에 의하면 불면증은 ‘수면 시작 불면증’과 대소변이 마렵거나 주변의 소음이나 다른 사람의 방해로 일단 잠에서 깨면 좀처럼 다시 잠에 들기 힘든 ‘수면 유지 불면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밖에 잠자다 자주 깨거나, 잠에서 너무 일찍 깨어나거나,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계속 졸리는 유형의 불면증도 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로저 윙 조교수(공중보건·예방의학)는 “의외로 ‘수면 유지 불면증’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걸로 나타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부친이 걱정돼 연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수면 유지 불면증, 왜 치매 위험을 낮출까…메커니즘 규명하는 추가 연구 필요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꿈을 꾸는 단계인 렘(REM)수면, 수면 부족(5시간 미만 수면), 신경안정제로 불면증·우울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물 벤조디아제핀 투여 등은 인지력을 떨어뜨린다. 환자가 가장 많은 ‘수면 시작 불면증’이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면 유지 불면증’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미국 65세 이상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메디케어’ 수혜자(약 3038만명)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 건강 및 고령화 동향 연구(NHATS)’의 2011~2020년 데이터를 조사했다. 참가자(평균 연령 76.3세, 여성이 55.5%)의 약 13.6%가 이 기간 중 치매 진단을 받았다. 평균 치매 진단 기간은 2.9년이었다. 연구팀은 2011년 당시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6284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연구 결과 ‘수면 시작 불면증’은 치매 위험을 51%, 수면제 사용은 치매 위험을 30%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면 유지 불면증’은 오히려 치매 위험을 40%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는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조정하지 않은 결과이고, 후자는 이를 조정한 결과다.
이는 관찰연구 결과이며,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수면 유지 불면증이 치매 위험을 오히려 낮추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Sleep Disturbances and Dementia Risk in Older Adults: Findings from 10 Years of National U.S. Prospective Data)는 ≪미국 예방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