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업무 안했다고 해고"... 간호사 신고에도 권익위 '미적'
권익위, 81개 병원 신고에도 묵묵부답... 간협 "불법진료, 의사 개인의 일탈 아냐"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간호사들이 준법투쟁(불법 의료행위 지시 거부)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금까지 6명이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간호협회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투쟁 3차 진행 결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 5월 18일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개설한 이후 지난 11일까지 총 1만 4593건의 신고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모두 병원의 실명으로 신고된 건수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관련 신고가 들어왔고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추렸을 땐 386개 의료기관에서 894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특히 지방에 소재한 100병상 이하 규모의 중소병원일수록 특정 분야나 직역에 상관 없이 모든 간호사 인력에게 불법 지시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간호사 인력이 수행하며 '의사의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불법지시에 문제를 제기한 간호사가 협박, 회유, 폭언, 업무 배제 등의 부당대우와 부당해고를 받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간 협회가 파악한 부당해고 사례는 총 6건이었다. 지난 6월 초 발표 당시(2명)보다 4명이 늘었다.
이날 협회는 이 중 2명의 증언을 공개했다. 특히 경남 소재 종합병원에서 30년간 근무했던 A 간호부장은 정형외과 전문의인 병원장의 '장기요양의견소견서' 대리 작성 지시에 항의하다 해고됐다. 해당 문서는 환자의 장기요양등급을 판정을 위한 것으로, 반드시 의사가 작성해 의료보험관리공단에 제출하게 돼 있다.
증언에 따르면, 병원장은 4년 전 비의료직군인 비만 진료 상담실 직원에게 해당 소견서를 대리작성하도록 직접 지시했다. 이를 알게 된 A 간호부장은 내부 보고와 시정 요청, 지역 보건소 조사 요청, 언론 제보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지역 보건소도 재차 조사를 나왔지만, 일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내부의 자체 시정을 요구했고 사건을 경찰에 인계했다. 경찰 조사 역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A 간호부장에 대한 병원의 압박은 강해졌고 수차례의 업무 배제와 사직 권고 끝에 최근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와 관련해 최 전문위원은 "국내 의료현장 전체에 만연한 불법지시 관행을 단순히 의사 인력 소수의 개인적 일탈로만 포장할 수 없다"면서 "이는 간호 직군에 대한 위협을 넘어 국민 건강까지 그 모든 피해가 전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회는 정부 기관의 문제 개선 의지도 문제 삼았다. 앞서 협회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심각한 의료기관 4곳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불법의료 행위를 강요한 전국 의료기관 81곳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4건에 대해선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진행 중이지만, 권익위는 '계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으며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는 불법진료를 신고한 간호사 회원들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자체적으로 '법·노무자문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피해 회원의 구제와 재취업 등을 적극 지원하고 2차 신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정부와 의료기관, 의사라는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한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아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법의 모호성을 이용한 불법진료행위가 근절돼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준법투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