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약침 맞고 경추신경 손상... 최종 배상은?

[유희은 의료소송 ABC]

2019년 1월. 대구 시내 한의원에 60대 여성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찾아왔다. 늘 목과 어깨가 아프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살피던 한의사 A는 환자 목 뒤의 좌우 양쪽으로 약침을 놓기 시작했다.

한의원 약침 맞고 경추신경 손상… 최종 배상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런데 왼쪽 목에 침을 줄 때였다. 편안히 있던 환자가 갑자기 고함을 크게 지르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그는 나중에 “갑자기 눈에 큰 번갯불이 번쩍하면서 마치 벼락에 맞아 감전된 줄 알았어요. 깨질듯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그만…”이라 설명했다.

병원을 나와선 왼팔에까지 통증이 더 커졌다. 몸에 힘이 없고, 손이 저리면서 손가락엔 감각조차 없었다. 이번에 하는 수 없이 대학병원을 찾아 신경과 검사를 받았다.

그랬더니 “경추 신경 뿌리가 손상됐다”고 했다. 특히 왼팔에선 ‘말초신경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이란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 나왔다.

그는 한의사 A를 상대로 1억 2천만 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과정에서 신체 감정을 추가로 받아보니 왼쪽 목, 어깨 그리고 팔에 통증이 지속하고 있는 것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제2형’으로 최종 진단받았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악마의 통증’이라 불리며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마약성 진통제도 듣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아프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원인 모호하면 1형, 원인 분명하면 2형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되는데, 신경 손상 동반에 따라 명백한 신경 손상의 증거가 없으면 제1형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신경 손상이 있으면 제2형으로 분류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한의사 A의 약침 시술 중 신경 손상에 따른 증상이 나타났다. 약침을 시술한 부위와 환자의 신경 손상으로 인한 증상이 의학적으로 일치하고, 환자에게 이러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과거 질병이 없다는 것이었다.

2023년 5월 9일 대구지방법원은 “환자가 신경 손상 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2형으로 진단받은 상황으로, 한의사의 약침 시술 상의 과실 외에는 다른 원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발생빈도가 희귀한 점에 비추어 한의사 A에게 전적인 책임을 물어 손해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며 환자 손해에 대하여 50%, 4500만 원만 배상하도록 판결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9가단137287 손해배상(의)].

법원 판결에 원고, 피고 모두 항소를 하지 않았고, 2023년 6월 소송은 끝났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의료행위 외에 교통사고로 인한 경우나 외상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사고가 원인이 될 수 있다.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워터파크 내 샤워장에서 몸을 씻던 중 벽면에 설치된 조명이 떨어져 발등이 다쳐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의 피해를 입은 40대에게 워터파크 측이 약 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피해자는 발등의 근육 및 신경이 손상되었고, 사고일로부터 1년여간 여러 병원에서 입원과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원인도, 가해 책임 분명한 2형 CRPS, 배상 얼마를 받아야 할까

재판 과정에서 워터파크 측은 피해자의 체질적 요인으로 인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통증이 계속되는 희귀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워터파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워터파크 측에서 설치한 공작물인 조명이 떨어져 깨지게 된 것은 설치나 보존상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워터파크 측에서 그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단했다.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반면에, 의료행위의 경우 신경 손상이 없다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2형으로 진단받을 수 없다. 제1형은 다양한 원인이 있기에 그 책임을 의료진에게 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그 고통이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다. 낫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비록 신경 손상이 없더라도 수술 등의 의료행위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보아 피해자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유희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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