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에 빨개지는 얼굴 왜?... 술과 상극 유전자 탓
동아시아인 45%가 홍조현상... ALDH2의 변이형 유전자
김대리? 김대리?! 정신차려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술 한잔 마셨을 뿐인데 볼이 새빨개지더니 금세 취기가 올라 인사불성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주량이 적다거나 얼굴이 이유 없이 빨개진다고 생각하면 오산. 김대리의 홍조 현상은 건강 위험신호일 수도 있다. 의외로 주변에서 '볼빨간 김대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로 인한 홍조는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술 마실 때 얼굴이 자주 빨개진다면 알코올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5억 6천만 명이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데, 대다수가 동아시아 혈통의 사람들이다. 동아시아인 중 약 45%가 술 마실 때 홍조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스탠포드 심혈관 연구소 소장 조셉은 알코올 섭취 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술을 가능한 한 적게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말 것을 권고했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ALDH2의 변이형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알코올 분해를 돕는 기능적 효소가 부족하다. 알코올은 보통 몸에서 두 단계에 걸쳐 대사된다. 첫번째 효소가 알코올을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시키면, 두번째 효소가 빠르게 독성 성분이 안전하게 대사될 수 있도록 아세테이트로 바꾼다.
홍조가 나타나는 사람들은 두번째 효소인 ALDH2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활성화된다. ALDH2가 결핍되면, 알코올이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못하고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몸에 축적되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ALDH2 변이형을 가진 사람은 남자의 경우 하루 2잔, 여자의 경우 하루 1잔만 마셔도 같은 양을 섭취하며 변이를 갖지 않은 사람들보다 40배에서 80배가량 식도암 발병 위험이 높다. 이외에도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두경부암, 위암, 뇌졸중 등의 위험이 있다.
간혹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며 홍조를 예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해당 약은 홍조를 줄여줄 수는 있어도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수치를 낮추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항히스타민제는 술을 마시면서 홍조로 인해 느끼는 불쾌감까지 없애주기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도록 유도해 더 위험하다.
◆ 기사 도움: 최혜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