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환자가 탱고 추고 요리 배울 수 없나?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미래 병원의 새 역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탱고라는 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됐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58번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와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탱고는 춤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치료에도 큰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 암, 신장 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수술 후에 탱고를 추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는 여러 곳에서 발표되었다. 국내 TV 뉴스에서도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탱고를 추면 조깅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 함께 탱고를 배울 수 있도록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 알베르토 마라니(심장 질환 전문의)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탱고를 추는가 하면, 인공 신장실에서 탱고 음악을 연주해서 인공 신장 투석 중인 환자들에게 활력을 안겨 주기도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은 항암 요법을 받은 후에 탱고를 추면 손, 발 등이 감각 손실을 잃는 신경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암이나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들은 어디에서 탱고를 추어야 할까? 무도장이 가장 좋겠지만 일반인과 환자가 섞여 탱고를 추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들끼리 병원에 모여 탱고를 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방음 장치가 잘되어 있는 넓은 강당이 필요하다. 병원을 지을 때 지하에 무 도장을 만들어 달라고 의사들이 요구하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병원에서는 이런 공감이 필요하다.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일반적 통념이 미래에는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도장을 비롯해 건강 강좌를 할 수 있는 소규모, 대규모 강당도 필수이다. 이곳에서는 연극도 하고, 음악회도 열 수 있다.

나아가 병원은 요리 강좌, 요가 교실, 취미 활동, 문예 교실, 주부 교실, 임산부를 위한 재활 운동, 수중 운동 등 다양한 강좌와 시설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암 환자를 위한 요리 강좌’를 병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미래의 스마트 병원은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 나아가 모든 시민에게 큰 즐거움과 위안을 안겨 줄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 규모나 건축 디자인이 지금 병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또 환자가 새로 삶을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 할 것이다. 병원을 진료 공간으로만 규정하다시피하는 현행 제도에서 과연 미래 스마트 병원에 대한 논의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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