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계단을 '빠르게' 뛰어올라야 하는 이유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계단을 오르고 있는 여성
힘차게 계단 오르기 등 짧지만 격렬한 운동이 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운동법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호주 시드니대 찰스퍼킨스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5분 이하(약 4분 30초)의 격렬한 신체 활동만으로도 전반적인 암 발생 위험을 18%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 활동과 관련성이 있는 간암, 폐암, 신장(콩팥)암, 위 본문 암, 자궁내막암, 골수성 백혈병, 골수종, 대장암, 두경부암, 방광암, 유방암, 식도 선암 등의 암 위험을 최대 32%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2만 2298명의 참가자들은 연구 시작 시점에서 여가 시간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도 5분 정도의 짧은 신체 활동을 꾸준히 하면 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말하는 신체 활동은 본격적인 운동(스포츠)을 포함해 신체의 각 부분을 이용해 이뤄지는 활동을 포괄하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평소 운동을 꺼려하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

하루에 5분, 그것도 숨이 헉헉 찰 정도로 움직여만 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니….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간헐적 고강도 신체 활동, 즉 ‘빌파(VILPA·Vigorous Intermittent Lifestyle Physical Activity)’라는 운동법을 소개했다.

◇빌파는 무엇?

빌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빌파는 일상생활 중에 ‘짧고 산발적인’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통 1분에서 2분 정도의 한 바탕의 격렬한 신체 활동을 뜻하는데 매우 빠르게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신나게 청소하기, 아이들과 장난치며 놀기,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들고 걷거나, 출근할 때 힘차게 걸어서 이동하는 등의 일상에서의 신체 활동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빌파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의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HIIT는 낮은 강도 운동이나 휴식, 보통 1~4분 정도 고강도 운동을 번갈아 하는 것을 뜻한다. HIIT의 가장 큰 장점은 장시간 운동 대신 짧은 시간 운동함으로써 심혈관 건강을 더 빨리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빌파를 평균 시간보다 더 적게 한 사람들의 암 발생 위험도도 낮아졌다. 하루에 3.4~3.6분을 하는 사람들은 암 위험이 17~1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빌파는 여가 시간에 운동을 할 수 없거나 의욕이 없는 사람들의 암 예방을 위한 중재 요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빌파가 암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 위험 낮추는데 도움 되는 이유

이번 연구 외에도 빌파의 효과를 보여준 연구 논문이 또 한 가지 있다. 지난해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운동을 하지 않던 성인 2만524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세 번 1,2분 씩 빌파를 한 사람들은 모든 원인과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8~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병으로 사망할 위험도 50% 가까이 낮아졌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왜 빌파가 암 위험을 낮추는지에 대한 이유를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단지 그 연관성을 발견했을 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 뒤에는 뭔가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 모니카에 있는 세인트존스건강센터의 신경종양학자인 산토쉬 케사리 박사는 “암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케사리 박사는 “즉, 짧은 시간 운동의 폭발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많은 암의 위험 요소인 과체중이나 비만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면역 기능이 향상되면 특정 유형의 암이 발생할 위험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 파운턴 밸리 오렌지 코스트 메디컬센터의 혈액학자이자 종양학자인 웨월 하브 박사는 “운동은 암과 싸우고 예방할 수 있는 면역 체계의 능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고, 우리의 면역 체계 감시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 세포들을 근절할 수 있다”며 “운동을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빌파는 어떻게?

빌파의 목표는 심장박동 수(심박수)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프린트(전력 질주) △전력으로 자전거 타기 △빠르게 노 젓기 운동 △메디신볼 운동 등을 추천한다.

또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빌파로는 계단 빨리 오르기, 파워 워킹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쇼핑 뒤 식료품 백 들고 걷기, 아이들과 뛰어 놀기, 활발하게 집안일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건강 수준”이라며 “유산소 운동 능력이 낮은 사람은 활발한 걷기 등이 좋지만 체력 수준이 좋은 사람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은 더 힘든 운동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이들은 “적은 양의 운동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운동을 위해 몇 분 정도 시간을 들이는 것은 상당한 건강상의 이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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