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퀴즈] 빨간옷에 땀 vs 흰옷에 향수, 모기의 선택은?
먹잇감 사냥 메커니즘... 모기 전지적 시점으로 더 복합적
◆ 정은지의 건방진 퀴즈_ 2
Q. 다음 중 모기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사람은?
① 빨간색 추리닝을 입고 1시간 운동을 마친 후 땀으로 범벅진 A씨
②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향수를 뿌린 후 데이트에 간 B씨
③ 혈액형 B형, O형 친구들과 주 2회 술을 마시는 A형의 C씨
④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방귀를 자주 뀌는 D씨
올 여름에도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여러분의 건투를 먼저 빈다. 모기에게 단 한 모금의 피도 허락하지 않고 싶지만 오늘도 모기의 '밥'이 된 우리는 모두 '피의 희생자'다. 자, 희생자들 중에서도 가장 모기에게 매력적인 사람을 맞혀보라. 그동안 모기의 습성을 잘 파악해온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을거다. 정답은 ①번.
물론, ②③④번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야. 모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기에 적절히 녹였다. 작위적이긴 하지만 인간 시점에서 연구로 밝힌 모기의 '행동거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모기 녀석을 먼저 해부해보자. 몸길이 약 4.5mm, 날개길이 약 3.2mm… 머리에는 겹눈이 한쌍 있어. 더듬이와 입 윗부분에 아랫입술 수염도 한 쌍이 있어. 이 더듬이와 아랫입술 수염으로 냄새와 열 이산화탄소 등을 감지하지. 사람 손톱보다 작은 모기에 우리가 쩔쩔매는 이유는, 그 가느다란 빨대 주둥이가 무섭기 때문이야. 일단 물리면 가렵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피의 사신’이기도 하니까.
재밌는 사실은 모기는 눈이 나쁘다는 거야. 초고도 근시래. 겨우 1~2m 내의 사물만 알아볼 수 있는데 어째 그렇게 빨리 피를 빨고 도망가느냐는 거야. 눈은 나쁜 것이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지. 이렇게 초고성능 후각의 소유자인 모기가 매력을 느끼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 취향을 아는게 중요해.
모기의 취향 포인트 1. 체취와 색깔
실제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모기는 개인의 체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특정화학물질을 더 매력적으로 느껴. 보기 ①번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운동 후 땀 흘리는 A씨, 모기에게 매력적인 모든 것을 갖췄다 할 수 있지.
모기는 온도의 변화에 아주 민감해. 사람의 몸에서 발산하는 열로 10∼20m 거리에서도 감지해낼 수 있어. 눈이 나쁘니 어둠은 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멀리서도 열을 감지하고 냄새를 맡아. 활발한 신체활동 후 몸에 체온이 올라가 땀을 흘리고 있다면 모기의 표적이 되기 정말 쉽겠지? 꽂아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정확히 알고 한방에 피부를 뚫고 혈관의 피를 빨고 수초에 휭~!
눈도 나쁜 모기가 색깔에 있어서는 빨간색에 환장을 한대.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색별로 실험을 했는데 모기가 빨간색, 주황색에 반응하는 반면, 녹색, 파란색, 보라색, 흰색 등 차갑고 밝은 계열의 색은 무시했어. 시력도 나쁜 애가 어떻게 색을 구분했냐고? 파장 때문이야. 모기는 파장이 긴 붉은 색을 찾아 움직인대. 그러니 붉은색 옷을 입을 경우 타겟이 되기 쉽겠지.
빨간색 옷을 입고 운동까지 했으니, 땀으로 범벅진 A씨는 모기가 매력적으로 느낄 사람인거야. 암모니아, 옥테놀 성분이 들어 있는 땀 냄새에 사족을 못쓰거든. 암모니아는 알코올 분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음주하면 땀 냄새가 더 심해지기도 해. 모기에게 물리기 싫다면 음주를 피하는 것도 방법인데, 왜 그러면 ③번은 답이 아닐까? 혈액형 중에서는 모기가 O형을 가장 좋아하거든.
모기의 취향 포인트 2. 혈액형과 카복실산
O형은 핏속의 영양분인 지방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모기에게 매력발산 혈액형이야. 지방이 많다는 뜻이 뚱뚱하다는 건 아니야. 혈액 속의 지방 양을 말하는 것이니 오해 없길. 일단 피에 지방이 많이 녹아 있으면 체질상 몸에서 기름기인 피지도 더 활발히 분비돼. O형에서 피에 지방이 많아 생기는 병인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같은 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 때문이야. 여하튼 모기가 핏속의 지방 냄새를 맡아내다보니 O형에게 잘 찾아간다는거지.
그렇다고 모기가 다른 혈액형을 안 문다는 것은 아니니 “나는 B형인데 O형 2명과 같이 있어도 나만 물리더라” 하는 사람은 그냥 자신에게 모기가 좋아하는 땀 냄새, 발냄새, 향수 냄새, 술 냄새 등이 더 많이 난다고 생각하자. 아니면 정말 '카복실산'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일 수도 있어.
지방이나 유지의 주요 구성 성분인 카복실산은 사람 피지에서 배출돼 피부 습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 사람마다 분비량에 차이가 있는데, 피부에서 카복실산을 많이 만드는 사람일수록 모기가 더 달려들 수 있어. 카복실산은 사실 개인이 식단이나 생활습관을 바꿔도 피부에서 배출하는 정도는 바뀌지 않아. 유독 모기에게 잘 물린다면 이 카복실산을 많이 발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흡혈 먹잇감 고르기, 매우 복합적인 이유 작용
흡혈 먹잇감을 찾아내는 모기의 능력은 가히 초능력자 아니니? 이렇게 피를 빠는 초능력 모기가 암컷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암컷은 자기 체중의 2,3배인 3~10mg의 피를 먹어 치운대. 모기의 배는 숨은 주름이 있어서 볼록 부풀어 올라도 안 터지고, 한 번에 많은 양의 피를 저장할 수 있거든. 배부르게 피를 마신 모기는 벽 나무 등 아무데나 붙어 휴식을 취하며 '아 잘 먹었다'하고 소화를 시키지. 피를 배에 머금은채 벽에 쉬고 있는 모기는 때려 잡기 쉬워. 무거워 빨리 날지 못하거든. 배불뚝 모기 잡을 때 피 튀는 건 조심!
아무리 모기에 대해 지피지기 해도, 피하는 방법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보다 어려워. 퀴즈에 4가지 보기로 모기가 좋아하는 유형을 교묘하게 섞어놨지만 이때까지 밝혀진 이론일 뿐이야. 인간이 정해 놓은 거에 불과하거든. 모기가 우리의 피를 향해 달려드는 일은 ‘모기 전지적 시점’에서 훨씬 더 복합적으로 이뤄져. 자기들 피한다고 온갖 연구를 해대는 인간을 보면 모기 입장에서 콧방귀 뀔지도 몰라. "그런다고 안 물거 같으냐?" 하면서 말이지.
세상에 모기에 안 물려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세계 기네스북에 오르거나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될 거야.모기를 피할 그나마 ‘현실적' 퇴치법이 하나 있다면, 모기의 가느다란 주둥이가 비집고 들어올 틈 하나 없이 살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랄까? 아, 섬유를 뚫고 주둥이를 갖다대는 철 주둥아리 모기도 있으니 이것도 소용없겠네.
단지, 오늘 밤 모기에게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제발 발바닥만은 물지 말아주길...,
-----<편집자 주>
‘건’강 정보 ‘방’대하다! ‘진’짜만 골라 ‘퀴즈’로 풀어보는 <건방진 퀴즈>. 기존의 기사형식을 타파하고 더 친근하게 접근, 퀴즈로 익혀가는 건강 정보 기사입니다. 건방진 퀴즈 컨셉에 따라 살짝 건방진 말투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생활을 바라는 진정성은 진심 가득이니 ‘반말 사용’ 정중히 양해 부탁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한 연재 <건방진 퀴즈>는 매주 1회 찾아갑니다. 궁금증이나 의견이 있으면 ‘건방진 예의’를 갖춰 댓글 및 메일로 보내주세요. 성실히 기사에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