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분자연구...전자현미경으로 한을 풀다
[유영현의 의학 논문 속 사람 이야기]
논문2: Yoo YH, Park BS, Whitaker-Menezes D, Korngold R, Murphy GF. Dermal dendrocytes participate in the cellular pathology of experimental acute graft-versus-host disease. J Cutan Pathol, 1998;25:426-434
1. 사람: 유영현과 조지 머피(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2. 역사: ① 국제잡지에 주저자로 두 번째 출간
② 숙원이던 면역전자현미경술 연구
③ 귀국 후 3년 동안 재촉하여 간행
3. 성과: GVHD 진피에서 dendrocyte 역할에 관한 첫 연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수 동안 전자현미경으로 구조를 관찰하고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은 일종의 '한풀이'였다.
1983년 기초의학을 전공하고 부산대 해부학 교실에 남았으나 당시 교실에는 전자현미경이 없었다. 형태학 연구에 필수적인 전자현미경술 연구를 배우지 못하고 모교를 떠났다.
동아대 의대에 부임하여 전자현미경을 도입하였지만, 도입 직후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했다.
1992년 제대하였다. 그 무렵에는 발현된 단백질을 미세구조에서 관찰하는 '면역전자현미경술'이 형태학 연구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나는 면역전자현미경술을 익히려 노력하였으나 여전히 미숙한 채로 미국 연수를 떠났다. 다행히 머피 교수 연구실에서 나는 전자현미경술을 이용한 연구를 충분히 경험하였다. 하루 종일 암실에서 전자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였다.
원하는 것을 얻으면 다른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전자현미경 연구 갈증을 해소한 때문인지, 이후 나는 형태학 연구법을 고수하지 않게 된다.
형태학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보다는 문제 해결에 가장 유리한 기법을 이용하는 연구자로 바뀌었다. 형태학 연구에 여한이 남았으면 '세포분자생물학' 연구자가 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미국 체류 중 머피 교수 실험실에서 얻은 연구 자료는 즉시 출간되지 않았다. 이미 논문 작성을 완료하고 귀국하였지만, 머피 교수는 논문 제출을 미루었다,
본인의 연구비 보고 일정을 맞추려는 의도는 알았으나, 나는 당장 실적이 필요하였다. 이메일을 수차례 보내 제출을 재촉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논문보다는 펜실베이니아란 우수한 연구기관의 연수 경험이 더 높게 평가될 것”이라는 '자기도취적' 이메일을 받고는 “I’m at the bottom of (the) totem pole!”이란 답신을 보냈다. 이미 대가인 당신과 달리 나는 이제 막 장승의 밑바닥에서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입장이라는 뜻이었다.
이 글이 통하였는지 논문은 제출되었다. 마침내 두 편의 논문이 차례로 간행되었다.
두 편의 논문은 귀국 후 수년 동안 국가 연구개발비를 받는 데 중요한 업적이 되었다. 논문 제출 종용 과정이 실험보다 더 치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