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파업 중단" 하지만 정상화까진...

차정인 병원 이사장 중재로 1일 합의안 서명...오늘부터 진료 정상화 착수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노사가 1일 파업 중단에 서명했다.

이에 파업에 참여했던 간호사 등 노조원들이 2일부터 업무에 복귀했지만, 지난 20일간의 파업 후유증으로 진료 정상화까진 아직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일 부산대병원 등에 따르면 그동안 가파르게 대치하던 노사는 부산대병원 차정인 이사장(부산대 총장) 중재로 만든 합의안에 1일 오후 서명했다.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노조는 그 직후 대의원 대회를 열어 합의안을 추인했다. 파업 중단을 공식화한 것이다.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노사가 1일 차정인 병원 이사장<사진 가운데> 중재로 파업 중단에 합의했다. [사진=부산대병원=
병원 측은 “지금부턴 진료 정상화에 매진할 시간”이라며 “입원과 수술이 미뤄졌던 환자들부터 차례로 연락 드릴 예정”이라 했다.

노사 합의안은 ▲불법 의료 근절 ▲인력 확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임금 인상 ▲필수유지 진료 분야 확대 등 5가지를 담았다.

잠정적으로 직원 임금 총액을 1.7% 인상하고, 간호 인력은 84명 충원하며, '불법 의료 근절' 방안으로 의사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 처방과 환자 사진 전송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시설직' 직원들을 내년 3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비정규직 501명 중 17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차, 미화, 보안직종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미뤄놨다.

즉, 큰 방향만 잡혔을 뿐, 합의안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와 조율 과정에서 노사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력 확충과 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핵심 쟁점들은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또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번 합의 내용이 실제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합의안, 어떻게 나왔나?

가장 큰 쟁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노조는 병원 비정규직 501명의 정규직 직접 고용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들고 나왔다. “14개 국립대병원 중 13개 병원이 모두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완료했다”면서 병원을 압박했다.

반면, 병원 측은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 의견을 수렴한 후 8월 말까지 전환 방식에 대한 매듭을 짓겠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파업은 길어졌다. 그 사이 시민들과 환자들의 민원들도 쏟아졌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부산대병원 이사회 차정인 이사장이 중재에 나섰다.

그는 지난 31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정성운(부산대병원), 이상돈(양산부산대병원) 병원장과 문미철 노조 지부장 등을 만나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두 번의 긴 중재 끝에 노사는 각각 한발씩 물러나며 합의안에 서명했다.

병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 불법 의료 근절 등을 수용했다. 노조는 인력 확충과 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기에 당장은 해결하기 어렵다”는 병원측 현실론을 받아들였다.

또 병원 측이 제안한 '암 수술, 소아암 환자, 항암 주사, 중증외상 등 필수유지 진료 분야 확대'에도 합의했다.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를 파업에도 이들 분야는 빼고 하자는 얘기다.

남은 불씨는?

1일 노사가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잠정 보류된 것이 하나 있다. 노조의 폭로전.

노조는 당초 “인력 부족에 따른 인력 부족 실태와 이로 인해 환자 안전이 위협을 받은 사례들을 2일 발표하겠다”고 했었다.

더 큰 불씨는 불법 의료 실태. 부울경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병원 내에서 각종 불법 진료가 횡행하고 있었다는 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소재들. 사법 처리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전국단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이들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31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대강당와 부산대병원 로비 에서 '5대 특별결의'를 발표했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가장 앞에 나온 것이 바로 “불법 의료 근절을 위한 2차 행동”. 즉 불법 의료 증거 자료를 폭로하겠다는 것이다.

“대리처방을 지시한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 해당 처방을 지시한 의사의 문자, 환자 신체 부위를 찍어 의사 휴대전화로 전송한 사진 등도 포함된다”고도 했다. 파업이 이어졌다면, 이것도 3일쯤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병원 파업에 대한 시민 눈길이 점점 따가워지면서 노사가 20일 만에 차정인 이사장 중재안에 서명은 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문제나 인력 확충, 임금 인상 등에서 앞으로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폭로전 등 노사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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