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항생제 사용 ‘세계 3위’ 벗어날까?… 감기 처방 지속 감소

지난 20년간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꾸준히 감소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OECD 통계에서 세계 3위 항생제 사용국으로 집계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년간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꾸준히 감소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 통계에서 세계 3위 항생제 사용국으로 집계되기도 해 실제 항생제 사용량도 줄어들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제55차)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 지난 20년간 감기 등 급성 상기도 감염의 항생제 처방률은 40.97%p 감소했다. 2002년 73.33%에 달했던 처방률은 올해 32.36%를 기록했다. 전년인 2020년(35.14%) 대비로도 2.78%p 낮아졌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41.31%로 가장 높았고 소아·청소년 32.59%, 성인 30.22%이며, 노인이 21.96% 순이었다. 의료기관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이 4.79%로 가장 낮았고 △종합병원 23.77% △의원 32.10% △병원 37.67% 순이었다.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처방률(2002년 55.25%)이 가장 급격하게 낮아졌으며, 종합병원(59.37%)과 의원(73.57%)에서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병원급(61.95%)에선 2000년대 후반 항생제 처방률이 개선했으나, 2010년대 초반 이후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급성기관지염을 비롯한 급성 하기도 감염에서의 항생제 처방률은 지난해 54.06%로 첫 집계를 시작한 2016(60.80%) 대비 6.74%p 감소했다.

급성 상기도 감염과 급성 하기도 감염은 외래에서 진료하는 호흡기질환의 71%를 차지하며, 대체로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기에 항생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약물 내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제1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통해 급성 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이들 호흡기 질환에서의 주사제 처방률 역시 10.77%로 지난 20년 동안 27.85% 감소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 의원에선 외래 환자 10명 중 9명에게 주사제를 처방하는 곳도 있었다.

심평원은 감기 등 경증 호흡기 질환에서 주사제 사용을 제한하도록 권장한다. 경구 투약이 어렵거나 경구투약으로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 신속한 치료 효과가 필요한 응급환자에 한해 주사제를 투여하도록 권고한다.

안유미 평가실장은 “약제 급여 적절성 평가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항생제와 주사제의 처방률이 꾸준히 개선했다”면서 “앞으로도 각 의료기관에서 평가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 정보를 제공하고 개선이 필요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론 맞춤형 질 향상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2~2022년 국내 의료기관 종별 감기 등 호흡기질환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추이 [자료=심평원·최지현 기자]
항생제 사용량은 미반영… 올해부터 집계 중

다만, 이번 통계에선 각 처방에서 환자에게 항생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대한 집계는 반영되지 않았다. OECD 등 국제 보건 통계에선 처방률이 아닌 인구당 사용량을 기준으로 각 국가의 항생제 오남용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항생제 총 처방량은 23.7DID로 OECD 평균(17.0DID)을 상회한다. OECD 국가 중 그리스·호주(32DID), 아이슬란드(25DID)에 이어 3번째로 높다. DID는 인구 1000명당 1일 항생제 평균 사용 용량(DDD)을 가리킨다.

해당 집계는 1차 진료(국내에선 의원·병원급)와 2차 진료(종합병원급)에서 처방된 항생제 총량이다. 국가별로는 4배 가까이 차이 났으며, 에스토니아, 스웨덴, 독일 등에서 가장 적은 양을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1차 진료뿐 아니라 2차 진료에서도 그리스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의 항생제를 사용했다.

OECD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항생제를 저항성 박테리아 균주의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게 뒷받침될 때만 처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평원은 지난해 7월 항생제 내성 관리·환자 안전 강화를 위해 관련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를 확대하기로 했고, 올해부터 적용 중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을 중심으로 외래 진료에서의 항생제 사용량을 집계 중으로, 내년 중 올해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전체 질환에 대한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데이터를 통해서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측은 향후 감기 등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에선 노인주의 의약품 처방률 등 환자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새 지표를 도입한 상태다.

OECD ‘2021년 한눈에 보는 건강'(Health at a Glance 2021) 보고서 내 각 회원국의 항생제 처방 사용량 비교 그래프. [자료=OECD]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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