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과다 투여로 숨진 유림이... '진료보조행위' 책임은 어디까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제주대병원에서 영아에게 약물을 실수로 과다투약해 숨지게 하고, 의료사고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한 간호사들에 대한 1심 재판결과가 최근 나왔다. 2021년 3월 코로나로 입원치료 중이던 유림양(당시 13개월)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자 담당의사는 에피네프린을 5mg 희석한 후 네불라이져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하였다. 하지만 간호사 A는 처방과 달리 에피네프린 5mg을 정맥주사를 하였다.

이는 적정용량의 약 50배에 달하는 용량으로 주사를 주입한 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에피네프린 과다투여로 인한 합병증인 급성심근염으로 사망하였다. 문제는 간호사A 선임인 B는 약물투여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이를 담당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수간호사 C역시 간호사 A의 의료행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이를 담당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간호사 A, B와 공모하여 약물처방내용과 처치과정 등 의료기록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삭제하였다.

위의 사례에서 해당 간호사들이 처방과 다르게 약물을 정맥주입한 의료과실이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려는 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지도감독해야 하는 의사는 해당의료사고의 책임이 없을까?

이에 관련한 다른 판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70세 여자환자가 뇌출혈 증세로 입원하여 뇌실외배액술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졌는데 당시 환자의 몸에는 대퇴부 정맥에서 수액을 공급하는 정맥관과 함께 머리에는 뇌실 삼출액을 배출하기 위한 뇌실외배액관이 있었다. 간호사들은 신경외과 전공의 A의 처방 및 지시에 따라 대퇴부 정맥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의 주사액을 투여하였다.

수술 7일째 전공의 A는 이전 처방과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을 정맥에 투여할 것을 당직간호사에게 지시하였고 간호사는 간호학생에게 주사기를 주면서 환자의 정맥에 주사하라고 지시하고 자신은 그 병실의 다른 환자에게 주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호학생은 환자의 뇌실외배액관을 대퇴부정맥에 연결된 튜브로 착각하고 그 곳에 주사액을 주입하였다. 이를 뒤늦게 발견한 간호사는 이를 즉시 제지하고 나머지 주사액을 대퇴부정맥에 연결된 튜브에 주입하였지만 환자는 결국 뇌압상승에 의한 호흡마비로 사망하였다. 검찰은 해당전공의를 간호사 지도감독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1심에서는 주치의인 전공의는 간호사에게 지시한 경우에는 그 장소에 입회하여 필요한 조치 등을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태만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2심법원과 대법원에서는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에 의사가 항상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을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해당 의료사고에 대하여 의사의 과실을 부정하였다. (대법원 2003.8.19. 선고 2001도3667판결)

종래에는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는 간호사를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수직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질병치유를 위해 협력하는 업무분담관계로 보면서 간호사의 권리와 의무, 권한과 책임의 비중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법원은 따라 간호사에 대한 의료행위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모두 의사의 지도감독의무위반 과실로 판단하지 않고 보조행위의 위험성, 환자의 상태,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간호사의 개별책임을 인정하는 등 의사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큰 의료행위나 환자의 상태가 위험한 경우는 의사는 본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행하여야 하며 간호사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는 경우 의사의 입회 하에 이러한 간호사들이 해당 지시를 잘 따르는지 여부를 감독해야 한다. 만약 간호사의 진료보조행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의사가 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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