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시술 받다가 뺨에 10cm 흉터... 손해배상은?
[유희은 의료소송 ABC]
2013년 11월 초 50대 여성 A씨는 미용 시술을 주로 하는 B의원을 찾았다. 입 옆에 깊게 패인 팔자주름에 실주사를 맞았다.
실주사는 피부조직 하부에 실을 삽입하여 콜라겐 합성을 돕는 시술. 하지만 염증이나 감염 등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럴 땐 적절한 치료만 해주면 된다. 심각한 게 아니니까.
그런데, A씨는 시술 후 보름 정도 지났을 때, 오른쪽 뺨에 몽우리가 생긴 걸 발견했다. 의사는 몽우리 부위에 트리암시놀론(스테로이드 호르몬 성분의 주사)를 놓아주었다. 이 치료는 이듬해 1월까지 반복되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트리암시놀론 주사는 감염성 염증이 있는 경우, 상처가 낫는 걸 늦추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게다가 당시 병원에서 항생제 등의 처치도 없었다.
그래도 낫지 않았다. A씨는 이번엔 다른 병원 피부과를 찾았다. 이번엔 좀 큰 종합병원. 그 병원 피부과 전문의는 A씨 상처를 ‘오른쪽 얼굴의 연조직염’으로 진단하였다. A씨는 약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쪽 뺨에 10cm 길이로 패인 흉터가 남았다. “영구적”이라 했다. 절망했다.
결국, A씨는 B의원을 찾아가 항의했다. 그러자 B의원 원장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오히려 A씨를 겁박했다. 급기야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債務不存在) 소송까지 제기했다. 자신은 A씨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 또는 채무가 없다는 얘기다.
적반하장격으로 의사에게 거꾸로 소송을 당한 A씨는 법적 분쟁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궁리 끝에 A씨는 변호사 도움을 받아 B의원 원장 잘못으로 뺨에 10cm 길이 흉터를 얻게 되었으니,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반소’(反訴)를 제기했다.
먼저 '채무부존재' 소송 걸며 환자 압박...피해자, '반소' 제기하며 맞대응
짧지 않은 다툼 끝에 법원은 피해자 A씨 손을 들어줬다[부산지방법원 2014가합42854 채무부존재확인(본소), 2016가합41329 손해배상(반소)].
여기서 법원 판결 내용을 좀 추려보자. 먼저, B의원 원장은 염증이 생긴 A씨의 시술 부위에 적절한 염증 치료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염증에 부적합한 트리암시놀론 국소조사를 하여 A씨의 염증 치료를 지연시켰고, 흉터를 남게 했다. 더 큰 흉터를 남게 만들 수도 있었다.
법원은 특히 “B의원 원장이 적어도 시술 부위에 몽우리가 생긴 2013. 11. 20. 무렵 실주사에 따른 염증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장이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는 국소적인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적으로 주사한 점을 잘못으로 지적했다.
결국, B의원 원장은 자신이 먼저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패소하였고, A씨가 제기한 반소에 따라 2000만 원 이상의 손해를 배상했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치료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A씨 역시 B의원 원장을 믿고 두 달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엉터리였다. 사실 그 원장은 피부과 전문의도 아니었다. 게다가 염증을 더 악화시켜 평생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흉터도 여자 얼굴에 남겨 놓았다.
보통은 환자들이 피해를 봤다 하더라도 먼저 소송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의료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크기에 더 어려워한다. 승률도 높지 않다.
결국, B의원 원장은 환자들의 그런 약점을 노리고 먼저 소를 제기한 셈이다.
여기서 승복한다면 환자는 그 피해를 보전할 방법이 아예 없어진다. 나중에 추가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럴 때, 피해자는 반소(反訴)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