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병원들 조마조마...파산 위기 잇따르는 이유
부산 의료법인 두 곳 이어 경남 거창 서경병원도 기업회생 신청
경남 거창 서경병원이 경영 악화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개원 28년 만이다.
법원은 곧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경남 의료계에 따르면 (의)아림의료재단 서경병원은 1995년 7월 개원해 경남 서북부의 민간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해왔다. 현재 120병상 규모로 전문의 7명에 간호사 등 직원도 100명이 넘는다.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등 8개 전문과목을 운영한다.
하지만 농촌인구가 줄고, 인근에 거창적십자병원 거창군립노인요양병원 등 공공병원과의 경쟁 등으로 지난 5~6년 전부터 적자가 누적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배영봉 이사장이 개인돈으로 적자를 메워왔으나, 올해 들어 경영 상황이 더 나빠져 4월부턴 퇴직자들 퇴직금도 지급하지 못했다. 직원들 월급도 밀려있다.
서경병원은 이에 지난달 9일 창원지방법원 제2파산부(재판장 김기풍)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도 6월 20일 자로 ‘포괄적 금지 명령’을 공고했다. 이날부터는 채권자나 담보권자들이 채무자 재산에 대해 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채권자는 농협은행(주) 외 65명이나 구체적인 채무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의료법인 면담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까지는 파산시킬 것인지. 회생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다.
이에 앞서 부산의 의료법인 두 곳도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한 법인은 회생 계획안까지 냈으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결돼 회생 절차가 폐지됐다. 또 다른 법인은 법원의 특별조사 기일이 잡힌 상태. 곧 파산이냐, 회생이냐 판가름 내려진다.
파산법원 주변 법조계에선 “앞으로 중소형 의료법인들 회생 신청이나 파산이 부쩍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가 줄고, 서울 쪽 큰 병원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방병원들 위기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 그나마 지방에서 치료 받으려는 이들도 대부분 대학병원 등 일부 대형 병원들로만 몰리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내년,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지방병원 위기가 더 빨리 드러날 가능성도 크다.
의료계에선 “지방 중소병원들의 경우 이미 시설과 장비에 상당한 투자를 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데, 의사들과 직원들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면서 일반 경상비조차 맞추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일부 전문과목 봉직의들의 경우, 부울경 쪽 연봉이 서울·수도권 연봉보다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