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살인자’ 열사병과 일사병, 어떻게 다른가?

[지재구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

올해는 엘니뇨 현상 등으로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역대 최고급 불볕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예년보다 더울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게 기상청 전망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통계청의 폭염 사망자 수는 총 4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태풍과 호우에 의한 인명피해를 합친 것보다 3.6배가량 많다. 폭염을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 부르는 이유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체가 더위를 느끼면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을 끌어 내리기 위해 체온 조절 시스템을 가동한다. 혈류량을 늘리고 땀을 배출시켜 체온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혈액을 피부 쪽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은 가빠지며 동시에 신체 다른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량은 부족해진다.

혈액 공급량이 줄어들면, 식욕이 없으며, 소화 기능이 약해지며, 소변이 줄고, 인체 대사 과정이 떨어지며, 인지 기능 등의 뇌 활동이 둔해지고, 운동 능력이 평소보다 저하되어 다칠 위험이 커진다.

여름 무더위 코 앞...목숨 앗아가는 온열 질환들

먼저 열실신(Heat Syncope). 무더위로 순간적인 현기증을 느끼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고체온으로 인해 탈수가 발생하면 체액 용적 감소 및 혈관 긴장도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뇌 혈류량의 감소로 인해 실신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고, 수액을 공급한 후 다른 중한 질환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은 열경련(Heat Cramp). 염분의 보충 없이 폭염 속에서 장기간 격렬한 운동이나 일을 한 경우 발생한다. 종아리, 대퇴 또는 어깨부위 근육의 통증성 수축이 발생하며, 체온은 정상이지만 땀을 심하게 내다. 치료는 수액 공급 및 휴식이다.

이번엔 열탈진(Heat exhaustion)이다. 온열 질환 중 가장 흔한 형태이다. ‘일사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탈수로 인한 체액 부족으로 무력감, 몽롱함, 오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체온은 보통 38~40도 정도지만 의식상태는 명료하고 신경학적 검사는 정상이다. 치료는 수액 공급 및 보존적 치료이다.

그다음은 열사병(heat stroke). 말 그대로 열에 의한 뇌졸중이며, 온열 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 과도한 열로 인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질환이다. 체온조절 기능이 중단되어 피부를 통한 열 발산이 멈춘 상태이며, 80%는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고열(40도 이상), 땀 분비 감소(발한 기전 파괴),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경련, 의식장애, 운동실조, 편측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인다. 전반적 뇌 기능의 소실로 예후가 매우 안 좋으며, 고체온에 대한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필수이다.

의복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을 뿌린 후 선풍기 등을 사용하여 분당 0.1~0.3도씩 30분 내 40도 아래까지 체온을 내린다. 냉수욕, 아이스팩 등은 피한다. 아스피린 사용은 금하며, 타이레놀의 반복 투여도 주의해야 한다.

혹시 모를 발열의 다른 원인을 찾아보며, 혼수상태거나 경련하면 산소 투여 및 기도 유지를 한다. 지속적인 직장체온 체크가 필요하며, 수액 공급 및 보존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열사병과 일사병(열탈진)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사병은 목숨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열탈진이나 열경련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열사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열사병 일사병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

폭염 속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들은 고령자나 영유아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있거나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당뇨, 만성 콩팥병이 있는 경우에도 탈수에 취약하다.

심혈관계 질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여름에는 혈관이 이완되며,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 순환이 촉진되면서 심박 수를 올리게 되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폭염과 같은 온열 질환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12시부터 4시 사이에는 외부 활동을 피한다. 피할 수 없다면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양산이나 모자 등을 착용하며, 바람이 잘 통하는 헐렁한 옷으로 체온을 원활하게 발산하게 한다.

중간 중간 서늘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과 이온 음료로 수분과 염분, 미네랄을 보충한다.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즉각 처치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다가오는 폭염, 피할 수 없다면 예방 수칙을 준수하여 건강하게 여름을 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지재구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응급의학과)

[사진=부산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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