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난자 없이 줄기세포 활용한 인간배아 기술들 등장
심장 뛰고 피 돌지만 인간 될 수 없어
난자와 정자 없이 줄기세포만으로 인간배아 배양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 다양한 형태의 인간배아 기술이 발표되고 있다. 14일~1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토대로 영국의 가디언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15일 미국 캘리포니아대공대(칼텍)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막달레나 제르와 교수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 배아 합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쥐 인공 배아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한 것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법적으로 허용한 14일까지만 적용한 것이지만 윤리적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이들과 경쟁 중인 3개 팀이 역시 비슷한 연구결과를 사전공개 논문 형태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의 지테시 뉴페인 연구원 연구진이 ISSCR 연례회의장에서 인간줄기 세포를 이용해 최대 임신 28일째에 해당하는 인공 배아를 복제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임신 3주차와 4주차에 나타나는 세포와 구조의 일부를 복제했다. 자연 배아에서 일반적으로 23일째에 나타나는 뛰는 심장세포와 4주째에 나타나는 적혈구를 갖춘 인공 배아였다. 그래서 심장박동이 일어나고 피가 돌긴 하지만 태반과 노른자 주머니를 형성하는 조직은 배제돼 태아로 성장할 가능성은 없는 배아였다.
연구책임자인 뉴페인 연구원은 “이들 배아는 인간배아의 특징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간 발달의 특정한 측면을 조사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모델일 뿐”이기에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자들도 이런 실험용 배아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로빈 로벨-배지 교수는 태반과 노른자 주머니 구조가 없어 아기가 될 가능성이 없는 합성 배아는 소위 통합 배아와 매우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은 단지 펌프일 뿐”이라며 “사람들이 흔히 감정에 반응하여 심장이 빨라진다고들 생각하지만 우리의 감정의 자리는 우리의 심장이 아니라 뇌”라고 말했다.
국제 지침은 이러한 유형의 배아 모델을 뇌 오가노이드(유사장기) 또는 실험실에서 자란 인간 심장 조직과 유사한 범주로 분류한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배양된 개체는 유전 질환의 영향과 반복되는 유산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초기 발달의 ‘블랙 박스’ 기간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들은 또한 배아에 대한 약물의 효과를 선별하고 임신성 당뇨병과 아기의 심장 결함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심장 또는 간 조직의 개인화된 이식편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불임과 유전적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자선 단체인 ‘진보 교육 신탁(Progress Educational Trust)의 사라 노르크로스 이사는 “현재 만들어질 수 있는 줄기세포 기반 배아 모델의 정교함은 이 분야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재능에 대한 증거”라면서 “하지만 이 모든 정교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모델들이 실제 인간 배아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