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되나? 안 되나?

부산지법, "백내장 수술은 외모 개선 치료 아냐. 보험금 지급하라" 판결

백내장은 눈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수정체 노화나 염증, 외상 등으로 생긴다. 일정 단계가 지나면 약으론 나아지지 않는다. 수술받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가장 많이 받는 수술 중의 하나다. 척추 수술, 치핵 수술보다도 많다. 특히 50대 이상이 되면 그 비율이 확 높아진다. 70세 이상에선 90%가 백내장이 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양쪽이 다 백내장이라면 수술비만 1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그래서 실손보험에 많이 의지한다.

그런데, 수술 후 실손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보험사들이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백내장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때문.

“질병 치료 목적의 수술로 인정할 수 없다”거나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이 확인되지 않아 입원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보험사를 상대로 지난 3년(2020~2022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452건) 중 33% 151건이 백내장 수술 관련이었다. 지난해엔 140건이나 돼 20년(6건), 21년(5건)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백내장 수술을 둘러싸고 보험계약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하나 나왔다.

16일 부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이영갑 판사(민사 제24단독)는 최근 “피고(현대해상화재보험)는 원고(A씨)가 지출한 1402만 원의 90%(1262만 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거기다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원고는 2012년 7월 보험을 들었다. 그 후 2022년 7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차례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당시 병원은 "양안에 백내장이 의심되며, 특히 우안의 백내장이 매우 심하고 후낭 파열 등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며 안저 확인이 안 돼 시력 예측이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한 후 수정체유화술 및 인공수정체삽입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단 15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입원 상태로 5시간 남짓 병원에 머물며 간호 및 처치를 받고 퇴원했다.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그가 낸 돈은 1402만 원.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를 합한 것이다.

그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현대해상화재보험)는 "안경, 콘택트렌즈 등을 대체하기 위한 시력교정술"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수술이 '미용 목적'으로 인정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법원은 "단순히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가 아니라 했다. 가격이 싼 ‘단(單)초점’ 인공수정체가 아니라 가격이 비싸도 시력 교정 효과가 큰 ‘다(多)초점' 인공수정체를 쓴 것에 대해서도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백내장을 치료하는 과정에 시력교정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라 봤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병원에 머물며 관찰과 처치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입원 치료로 인정한다"고 했다.

물론 보험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으로 백내장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 청구가 봇물 이룰 것을 우려했기 때문.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백내장을 둘러싸고 보험금 지급 분쟁이 잇따르는 것을 "보험사 지급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오래전에 든 실손보험과 최근에 든 실손보험 사이에 약관 차이가 있는 것.

그동안 보험사들은 "기존 약관이 정밀하지 못하고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몇 차례에 걸쳐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해왔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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