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피해, 강남 한방병원 '폐업'...수천만원 날린 암 환자도
"하루 아침에 날벼락" 한의협, 강력징계 의지
말기 암환자 요양 서비스로 유명세를 탄 강남의 한 한방병원이 수십억 원의 진료비를 선결제로 받은 후 최근 돌연 폐업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병원은 환자들에게 전담 간호사 서비스 등을 미끼로 고액 진료비를 선결제하게 한 뒤 이후 받는 진료 받은 항목에 따라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에 2년 넘게 다닌 피해자 중 한 명은 "병원에서 고액 선결제를 하면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편의를 위해 선불 금액을 지불했다"면서 "강남 한 복판에 있었고 워낙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피해자는 아직 사용하지 못한 금액이 1000여만원 정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 사용하지 못한 결제 금액이 남은 피해자 중에는 병원이 문을 닫기 불과 한 달 전에 수천만원을 결제한 이들도 있었다. 피해 환자는 약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돌려받지 못한 전체 진료비는 30억 원대로 추산된다.
피해자들은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소송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피해액을 구제 받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해당 병원은 이미 건물 월세는 물론 직원들의 급여까지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피해자 중 한 명은 "약 값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하더라"면서 "현재 병원 내에 돈 될만한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어떻게 피해입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한의학계는 이번 사건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4일 대한한의사협회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심정의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부당이득을 편취하려는 행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해당 병원과 관련한 한의사 회원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강력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조사 결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성명은 "우리 협회는 한의사 회원이나 한의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근거 없는 허위 정보와 시술로 국민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병원은 지난 4월 당시 대법원에서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영업 허가 취소'가 확정돼 구청으로부터 영업 중단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이 사실을 숨기고 지난달 중순까지 최대 1억5000만 원에 이르는 고액의 병원비를 선결제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에 지난달 24일 해당 병원 원장 이 모 씨 등 관계자 3명은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고 출국금지 조치됐다. 이후 이달1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당 한방병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환자 명단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