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후 뇌경색 왔다...뭐가 문제였지?
[유희은 의료소송 ABC]
간혹 (미용)시술을 받는 경우 시술에 대한 설명을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코디네이터 등이 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시술에 대한 설명도 없이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의료법은 의사가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 등을 하는 경우 환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설명하고 서면(書面)이나 전자문서로 그 동의를 받도록 정해놓았다(의료법 제24조의 2).
설명해야 하는 내용은 환자의 증상에 따른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과 방법,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환자가 수술 전후 지켜야 하는 내용 등이다. 그리고 설명하는 의사의 이름과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의 이름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설명은 의사가 환자 본인에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 집도 의사가 아니라도 무방하다.
다만, 의식이 없는 환자와 같이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환자의 법정 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수술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의식이 있는 성인 환자의 경우엔 비록 배우자에게 설명과 동의를 받았다 해도 효력이 없다.
설명 의무와 수술 동의서, 누가 언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의무와 동의에 대하여, 설명이 이루어져야 하는 시기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2018년 6월, 한 환자가 척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 수술 전 검사를 받았다. 수술 당일 아침엔 혈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동맥 및 심장 초음파 검사까지 받았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 결과에 동맥경화가 확인되었고, 의사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경색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환자는 잠시 당혹했다.
하지만 40분 뒤, 마취는 시작됐고 수술은 6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문제는 그 뒤였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져 의식은 돌아왔으나 자발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왔고, 뇌 CT 검사를 해보니 ‘뇌경색’ 소견이 나왔다. 환자는 후속 치료를 계속 받았으나, 인지장애가 왔고 결국엔 대소변조차 스스로 가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자와 가족은 병원에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하지만 1, 2심 법원은 병원 측에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이 수술 당일 아침에 환자에게 뇌경색 발생 가능성을 설명한 것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수술 당일 환자에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고 40분 뒤 수술을 진행한 경우에, 의사의 설명의무가 환자에게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할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대법원 2021다265010)고 했다.
이 경우, 환자가 뇌경색 위험성에 대하여 미리 고지받았더라면 장시간의 수술을 피하였거나, 혹은 동맥경화 치료를 먼저 받고 나중에 척추 수술을 받는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려면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예정된 의료행위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 위험성과 긴급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설명의무 이행 시기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 부작용 같은 위험성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간단한 시술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발생 가능한 합병증이 무엇인지 시술 전후 지켜야 할 주의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의사의 설명을 환자 본인이 직접 듣고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