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클리닉] 강아지의 CDS, 사람 치매와 비슷
“노화 때문” 추정만… 발병 원인, 빈발 품종 아직은 ‘연구 중’
“노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9살 넘은 강아지 14%에서 60%까지 발병한다.”(미국 캘리포니아대학 UC-Davis 수의대)
강아지 'CDS'(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즉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사람 알츠하이머 치매와 매우 비슷하다. 나이 들어 뇌 기능이 퇴화하며 서서히 시작하지만, 병이 깊어질수록 내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니다. 소통도, 교감도 안 된다.
최근 9살, 10살 넘은 노령견, 노령묘들이 많아지며 ‘치매’(dementia) 불안감도 함께 커진다. 특히 소형견에 많다. 대형견 중형견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서다. “전국에 18만 마리도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김성수 수의사(VIP동물의료센터)에 그 원인과 치료법을 물었다.
CDS, 왜 생기나?
명확한 원인이 아직 분명히 밝혀지진 않았다. 사람 알츠하이머와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정도다. 특별히 빈발하는 품종도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나이, 즉 노화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보고 있다.
나이 외에 다른 원인은 모른다는 것인가?
사람 알츠하이머도 1907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알츠하이머 박사가 처음 보고한 이후, 그 발병원인에 대해 수많은 가설과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제대로 된 치료제도 아직 없다. 그래서 비슷한 메커니즘 보이는 강아지 CDS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뇌세포에 대한 산화적 손상과 염증이 중요한 기전들 중 하나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보호자들이 이를 알아차릴 방법은 어떤 게 있나?
대표적인 증상들 약자를 따서 ‘DISHAA’(*)라는 게 있다. 방향감각을 잃거나, 가족을 못 알아본다,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것부터 불안해하며 끙끙대며 비명을 지르거나 잘 걷지 못하는 것,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문제까지.
잘 먹던 아이가 이유 없이 먹지 않기도 한다. 평소와 다른, 상황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행동이 계속되는 것이다.
* CDS 증상을 Disorientation(방향감각 상실) Interaction(상호작용) Sleep-wake cycles(수면주기) House-soiling, Learning and memory(배변 실수와 학습, 기억력) Anxiety(불안) Activity(활동성)로 나눠 측정한다. <편집자 주>
그 정도라면 보호자들도 “이상하다” 금방 느낄 만한데…
물론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는 물론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들조차 아직 CDS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초기 단계라면 더 그렇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다른가?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알려진 바가 더 없다.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고양이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직 저평가되어 있긴 하지만, 원인과 위험성 등도 개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병원에선 CDS 어떻게 진단 내리나?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명확하게 확립된 진단 방법, 즉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혈액검사를 하거나 MRI 촬영을 한다고 “CDS다, 아니다”를 바로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나이를 본다. 9살, 10살을 넘지 않으면 증상이 비슷해도 대개는 동물행동학적 문제거나 다른 신경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그다음엔 노령동물에게서 흔한 호르몬 질환(쿠싱증후군, 갑상샘저하증 등)이나 발작 등 다른 신경계 질환일 가능성을 배제한다. 그런 요인들은 별도의 치료법이 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건 설문지(CADES, CCDR) 평가다. 이들 설문지 점수를 합산하면 CDS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건 보호자 주관이 들어가는 ‘정성적(定性的)’ 평가 아닌가?
그렇기는 하다. 처음엔 보호자도 두려운 마음에 “우리 아이는 치매가 아닐 거야”라며 점수를 낮게 매기는 예도 있다. 수의사로선 ‘환자’가 분명한데도… 하지만 몇 차례 반복하며 보호자의 CDS 이해가 커지면 점점 그 실체에 접근해 간다.
CDS 진단이 나왔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나?
근래까지는 명확한 치료법이 없었다. 여러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 ‘셀레길린’도 처음 4주 정도만 효과가 있을 뿐 그 이후엔 효과가 미미했다. 치료제라기보다는 ‘증상 완화제’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제다큐어’라는 치료제가 나와, 임상계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임상에서도 그 약을 많이 쓰는가?
현재 제다큐어가 가장 중요한 치료의 축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 치료의 핵심은 CDS 자체도 있겠지만,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고, ‘보호자’를 도와 ‘삶의 질’(QOL)을 높이는 것에도 있다.
왜 그런가? 병을 낫게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병을 낫게 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인 만큼 치료하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병을 지연시키거나, 고통이 덜하도록 돕는 것도 수의사로선 무척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집에서 키우던 아이도 CDS에다 쿠싱증후군까지 겹쳐 무척 고생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CDS만큼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그것도 오랫동안 힘들고 슬픈 병은 없는 것 같더라.
그렇다면, 보호자들은 어떻게 예방하고 또 대처해야 하나?
CDS는 당장 죽는 병은 아니다. 하지만 명백하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악화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그나마 삶의 질을 개선해준다.
평소 ‘DISHAA’ 증상을 참고해 잘 관찰하되, 의심이 가면 수의사와 상담하고 설문지 평가를 반복적으로 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한편, 김성수 수의사는 서울대 수의대에서 학사와 석사 이후 수의내과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복합 난치성 질환 치료를 주로 하고 있다. 국제저널(Journal of Veterinary Medicine & Science) 편집위원을 맡는 등 학자적 면모도 있다. 임상 경험을 녹여낸 논문들과 현장감 높은 강의로 수의계 주목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