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방울'로 '동맥경화'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 개발... AI로 유전자 지표 분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급성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높이는 동맥경화 증상을 피 한 방울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급성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높이는 동맥경화 증상을 피 한 방울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동맥경화란 혈관 내벽에 나쁜콜레스테롤 등 지방이 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면서 탄력을 떨어지는 질환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중증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최악의 경우 돌연사로도 이어진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심장내과 강수진 교수 연구팀은 라만 분광법(SERS)과 AI 통계처리 기술을 활용해 동맥경화의 중증도를 진단하고 분류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동맥경화 위험도를 계층화하고 대응하는 기준법을 처음 제시해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진은 '아포 지단백 E'(Apo E)라는 유전자를 통해 적은 양의 혈액(5uL)으로도 동맥경화 증상을 구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전임상시험)에서 확인했다. 인간의 19번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인 Apo E는 지방질을 운반해 중추·말초 신경계의 손상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이 과정에서 콜레스테롤 대사와 재분포, 신경막의 성장과 유지 등에도 도움을 준다.

기존에는 혈청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이용해 동맥경화 발생을 조기에 식별하려 했지만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다. 고령이나 고혈압, 흡연, 비만, 당뇨병과 같은 전통적인 위험 요인은 특이성이 낮고,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나 C-반응성 단백질 등은 동맥경화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급성 심근경색 진단의 핵심 지표인 심장 트로포닌과 크레아틴 키나아제-MB(CK-MB)는 동맥경화 발생 사후에 나타나서 조기 진단엔 활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연구진은 혈액에서 작은 크기의 Apo E를 확인하기 위해 '나노 바이오마커 표적 진단 센싱칩'을 활용했다. 이는 금이나 은과 같은 표면이 거친 금속에서 광신호가 공명하며 증폭하는 라만분광 원리를 활용해 혈액 속 미세한 지표를 잡아낸다.

이 결과 광신호(라만 스펙트럼)이 동맥경화가 없는 대조군과 동맥경화 경증, 중증 질환군별로 다르게 분광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진단 기준에 활용되는 여러 생체지표 분자의 화학적 결합 정보를 알려준다. 콜레스테롤 에스테르와 죽상반 관련 지질, 티로신, 아미드II 등이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AI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진단 정확도도 94.5%에서 97.5%까지 높였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는 "나노 소재 특성을 활용해 '비표지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ERS) 진단칩'으로 동맥경화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라만 신호 패턴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향후 혈액 한 방울로도 동맥경화 중증도를 판별할 수 있어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수진 교수는 "동맥경화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분석한 진단 결과기에 진단 근거 역시 유의미하다는 방증을 확보했다"면서 "추후 임상적으로도 SERS 진단을 시행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 학술지 '바이오엔지니어링·중개연구'(Bioengineering &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관련기사=심장 돌연사, ‘조기 진단-예방’ 가능해진다(https://kormedi.com/1577896/) · 혈당 ‘조금만’ 높아도 혈관 ‘굳기’ 시작한다(https://kormedi.com/1550133/)]

왼쪽부터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심장내과 강수진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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