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초진-재진 논쟁 떠나야... 우려 너머 효용성 봐야
"공공·필수의료, 중증질환 등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오는 6월 1일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작을 앞두고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진-재진 허용 여부를 놓고 이어지는 지리한 논쟁을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지난 23일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에서 '필수의료 분야에서 원격의료의 공공적 역할'을 주제로 춘계 학술대회 토론회를 진행했다.
원격의료학회 백남종 부회장(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은 "초진-재진 허용 여부를 떠나 비대면 진료가 지금껏 우리 의료 환경에서 의사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보완할 여지가 많다"면서 "비대면 진료는 미래의료를 위한 초석을 다질 뿐 아니라 공공·필수의료, 중증질환의 치료와 관리 등에 활용할 가능성도 무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의 '의료 모니터링·컨설팅' 역할에 주목했다. 진료 현장에선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다면 각 질환과 환자의 개별 상황에 맞춰 더 정확한 치료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역시 환자의 입장에서 비대면 진료가 더 높은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대표는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의 본질을 '의료 접근권'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중증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불필요한 병원 방문이 줄어드는 등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향후 비대면 진료 도입 논의가 꼭 필요한 환자의 입장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인 웰트 강성지 대표는 "앞으로 비대면 진료는 환자에 대해선 '상시적인 의료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의료·보건계 전체에 대해선 의학의 발전에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면서 "산업계, 의료계, 정부, 환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솔직하게 필요한 부분을 터놓고 협의해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제발표 역시 현재 국내 의료·보건계가 비대면 진료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방안을 소개했다.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주진형 교수는 강원대병원이 강원도와 함께 진행해온 '원격치매진료' 시스템을 소개했다. 주 교수는 이 사업을 통해 의료계와 학계의 합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여러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의 남성우 부이사장은 소아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전자 청진기' 시스템을 소개했다. 재단은 이 기기를 원내에서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4분기에 일부 기능을 우선 출시할 계획이다.
남 부이사장은 전자 청진기의 보급을 통해 일반 가정에서 야간·휴일에 소아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 상황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소아뿐 아니라 격리벽동이나 생활 치료센터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박형순 교수는 로봇 원격제어 기술을 활용한 뇌졸중 환자의 재활 치료 지원 방안을, 국군 의무사령관 하범만 육군준장은 현재 우리 군이 격오지 군부대와 해외 파병 군부대에 도입한 원격진료 시스템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