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만성통증, 새 치료법 나올까?
만성통증과 급성통증, 뇌 반응 부위 달라
만성통증의 생체지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뇌 신호가 발견돼 만성통증 치료법 개발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네이처 신경과학》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와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만성 통증이라는 '조용한 전염병'은 영국에서만 약 2800만 명의 성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인구의 약 44%가 약물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최소 3개월 동안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음을 뜻한다. 만성 통증의 원인은 관절염, 암, 디스크, 당뇨병, 뇌졸중, 자궁내막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만성통증에 대한 효과적 치료법이 없다 보니 마약성 진통제 처방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통증 환자를 다루는 방식을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성통증의 뇌 활동이 처음으로 해독된 것이다. 또 이미 파킨슨병과 우울증 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뇌심부자극술(DBS)을 적용해 관련 신호를 차단할 경우 만성통증에도 치료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프라사드 쉬르발카르 교수(신경과)가 이끄는 연구진은 뇌졸중 또는 사지상실 후 난치성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4명의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했다. 이 장치를 통해 환자들은 원격 핸드셋의 버튼을 눌러 전대상피질(ACC)과 안와전두피질(OFC)의 두 뇌 영역의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다. 두 영역을 택한 것은 이전 연구에서 단기 통증에 대한 뇌반응을 조사했을 때 두 영역에 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지원자들에게 하루에 여러 차례 자신이 경험하는 통증의 강도와 유형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답하도록 했다. 또 설문조사가 끝나면 약 30초 동안 뇌 활동을 기록하는 원격 제어 장치를 클릭해 스스로 보고한 통증과 비교할 수 있는 사진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급성통증은 감정을 처리하는 ACC에서 처리되는 반면 만성통증은 OFC에서 처리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OFC는 의사결정, 감정 및 보상과 관련된 영역으로 통증 의학에선 거의 연구되지 않은 영역이다.
연구진은 OFC의 활동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보고한 만성 통증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쉬르발카르 교수는 “우리는 환자가 개를 산책시킬 때, 환자가 집에 있을 때, 아침에 일어났을 때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만성 통증을 성공적으로 추적하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는 실제로 만성통증에 대한 객관적인 생체지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참가자의 신체 부위에 열을 가해 단기(급성) 통증에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추적했다. 4명의 환자 중 2명은 뇌 활동으로 통증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ACC는 급성 통증 관리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영역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일상적인 진통제가 발가락이 찌르는 급성 통증보다 만성 통증에 덜 효과적인 이유를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설명해줄 수 있다.
쉬르발카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통증이 급성통증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실제로는 다른 회로와 근본적으로 다른 상호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것을 더 잘 이해하면 실제로 이 정보를 사용하여 가장 심각한 형태의 통증에 대한 개인화 된 뇌 자극 요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이식한 전극을 이용해 뇌의 깊숙한 곳(뇌 심부)에 자극을 전달하는 DBS(Deep Brain Stimulation)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만성통증이 예상될 경우 해당 통증 신호를 방해하는 전기 펄스를 방출하는 방식의 치료법 개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쉬르발카르 교수는 이를 만성통증을 차단하기 위한 뇌를 위한 ‘페이스 메이커’ 개발을 위한 새로운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3-01338-z)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