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원인 찾았다!... '이것' 탓 피부장벽 약해져
미세먼지 피하고 피부위생 관리... 항생제 내성 방지해야
그간 원인도 모르고 고통받기 일쑤였던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황색포도알균'이라는 세균이 피부환경을 악화한다는 것인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김지현 교수와 미국 내셔널 주이시 헬스 병원(National Jewish Health) 도널드 륭·엘레나 골레바 교수, 김병의 박사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황색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은 노란색을 띠는 둥근 공 모양의 균으로, 세균이 뭉쳐서 포도송이와 같은 모양을 띠어 '포도상 구균'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 기존 연구는 황색포도알균이 다양한 독소물질과 지질 단백질(초항원 물질)을 분비해 피부 염증을 간접적으로 악화시킨다는 사실까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황색포도알균이 피부환경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과정을 자세히 확인했다. 피부의 지질(지방 성분) 조성을 바꿔 외부의 이물질을 보호하는 '피부 장벽 기능'이 더욱 약해지고 피부 표면(경피)의 수분 손실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황색포도알균이 피부각질세포에서 염증 유발 물질(사이토카인)의 생산을 유도하고 특정 효소(ELOVL4)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효소의 부족으로 피부장벽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긴사슬지방산의 합성이 부족해지고 피부가 약해지는 것이다.
그간 아토피 피부염은 자가 면역 질환이기 때문에 TNF-알파(TNF-α), 인터루킨-1베타(IL-1β)와 같이 피부에 상처를 내는 염증 유발 물질이 환자들에게 과도하게 많이 분비한다는 점은 잘 알려졌다.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는 이들 물질의 분비 억제 혹은 피부 기능 강화(피부 지질 환경·장벽 기능 개선)를 목표로 이뤄졌다.
반면, 이번 연구는 이러한 염증 유발 물질의 분비 원인(황색포도알균)을 찾음과 동시에 이 물질이 피부 자체의 자가 방어 능력도 약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따라서 향후 황색포도알균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는다면 염증 유발 물질의 과다한 분비를 줄이면서도 피부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황색포도알균이 항생제에 내성(항생제 내성균)을 가질수록 'ELOVL4'라는 효소의 발현을 추가로 억제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ELOVL4는 염증 유발 물질의 추가 분비를 유도하긴 하지만, 피부 기능 향상에 필요한 '긴사슬지방산'의 합성에도 관여한다.
연구팀은 "황색포도알균이 이미 알려진 것처럼 피부장벽을 약화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염증 유발 물질 분비)할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관여한다는 점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의 치료에선 황색포도상구균이나 항생제 내성균의 군집 발생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론 환자 개인의 피부 위생 관리와 함께 미세먼지 등의 악화요인를 최대한 피하고 적절한 정도의 항염증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편, 연구팀은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 24명과 질병을 갖지 않는 소아 대조군 16명을 대상으로 의료용 테이프를 이용한 피부조직 수집(Skin Tape Stripping) 방식으로 피부 지질 조성상태와 황색포도알균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지방산 사슬 길이의 차이(긴사슬지방산의 합성 부족)가 발생한 이유를 밝히는 데는 3차원 세포배양시스템을 통한 실험을 진행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용역사업(과제번호 2021-ER120400-02)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받았으며, 유럽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uropean Academy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공식 학술지인 '알레르기'(Allergy, IF=14.71) 최근호에 실렸다. 학술지 측은 이번 연구를 '편집자 추천(Editor’s Pick)' 논문으로도 소개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논문은 'https://doi.org/10.1111/all.15640'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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