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항문암, '극초단파'로 정밀하게 제거한다
곤지름과 악성 사마귀 치료에 사용되는 극초단파 열충격 치료법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가 유발하는 다양한 암을 극초단파(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해 비침습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 세포실험에 성공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최근 《e생명의학(eBioMedicine)》에 게재된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대다수의 자궁경부암은 물론 외음부, 음경, 항문에 발생하는 암은 HPV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성인의 3~4%에 영향을 미치는 곤지름(생식기 주변에 사마귀가 무리지어 나는 성병)도 HPV의 특정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현재 이러한 암 또는 전암(前癌)의 대부분은 감염된 세포와 일부 주변 조직을 잘라 내거나 태워 없애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효과적이긴 하지만 불편하고 출혈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자궁경부를 치료하면 나중에 임신했을 때 조산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 대안을 모색하던 글래스고대 바이러스 연구센터의 쉴라 그레이엄 교수의 연구진은 악성 사마귀와 곤지름 치료를 위해 이미 클리닉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위프트(Swift)’라는 의료기기에 주목했다. 스위프트는 작은 탐침을 사용해 극초단파 에너지를 바로 아래에 있는 세포에만 전달해 약 45~48°C로 가열한다. 건강한 조직까지 제거하는 기존의 암 및 전암 치료와 달리 탐침 바로 아래에 있는 세포만 제거한다.
2017년 학계에 보고된 곤지름 치료법에 따르면 액체 질소로 얼렸을 때는 33%의 제거율을 보인 반면 극초단파로 제거한 경우 76%의 제거율을 보였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에 따르면 극초단파 치료법은 면역 세포를 해당 부위로 불러 모아 남아 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체외에서 자란 전암 또는 암성 자궁경부 세포덩어리에 극초단파 치료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매우 정밀하게 목표 조직만 온도를 높여 열 충격 반응을 일으켜 암을 유발하는 HPV와 바이러스 단백질을 포함한 단백질 생성을 중단시킨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그레이엄 교수는 설명했다.
이 치료는 또한 암 또는 전암 세포가 스스로 손상된 것을 인식하고 파괴하도록 하는 p53이라는 분자의 생성도 촉발했다. 그는 현재의 치료법이 지속적인 출혈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병든 조직을 놓칠 수 있는 반면 극초단파를 통한 열 충격 치료는 더 정밀하면서도 덜 파괴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올해 말 항문 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아니타 미트라 박사는 “HPV 관련 항문암과 외음부암 및 전암 치료는 재발이 잦고 외형 변형을 일으킬 수 있으며 대변이나 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극초단파 치료법이 건강한 조직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더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반겼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35239642300142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