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할 기업 4, 5곳 키우겠다”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박성호 원장,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만들다

요즘의 김해는 젊다. 낙동강 하류, 우리나라 대표적 곡창이었던 김해는 한때 기계부품 제조도시를 거쳐 지금은 의(醫)생명과 스마트, 식품 등 신산업 중심으로 엔진을 갈아 끼우는 중이다.

최근, 전국 14개 강소특구 중에서 ‘최우수특구’로 평가 받았다. 대형 제약회사 연구소기업 8곳이 여기서 창업했고,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실증된 제품을 다시 병원에 납품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굵직한 정부 사업도 잇따라 따냈다. 산업부 ‘전자약, 디지털치료기기 기술실용화 기반구축사업’(3년, 80억 원), 과기부 ‘퍼스널랩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개발 지원플랫폼 구축사업’(3년, 45억 원) 등.

국토교통부 ‘동남권 디지털 의약품물류센터 실증사업’(20억 원)은 마무리 단계여서 내달 2일이면 센터가 문을 연다. 단순한 물류센터랑은 아주 다르다. 다른 지자체에선 죄다 실패했던 실증사업이기도 하다.

이들이 모두 김해를 부울경, 더 나아가 대한민국 디지털 헬스케어 선도도시로 키워낼 마중물. 그 핵심에 ‘(재)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이 있다.

중점 육성해온 기업만 80여개... "이젠 스타기업 만들어낼 때"

통상적 기업 지원 업무에다 의(醫)생명, 즉 의료-바이오-디지털헬스케어라는 새로운 동력을 접붙여 특별한 시너지를 내는 곳. 2008년 출범했으니, 15년이 지났다. 그렇게 뿌린 씨앗에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이젠 조금씩 열매도 맺으려 한다.

"코스닥에 상장시킬 만한 핵심 선도기업을 몇 개 골라 집중적으로 육성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져온 기반 위에 이젠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해야 할 단계니까요."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박성호 원장]
진흥원은 그동안 매년 20개씩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해왔다. 그렇게 키워온 기업이 80여 개. ㈜오티아이코리아(이산화염소가스 의료 멸균기), 케이엠지(덴탈, 전기자극기), ㈜마이닥터(정형용 임플란트, 거즈카운터) 등 두드러진 실력을 보여온 기업도 여럿. 최근 의료계 관심이 높은 마이크로니들(micro needle) 전문업체도 있다.

이렇게 기초는 닦은 만큼 그다음 트랙(track)으로 옮겨가겠다는 얘기다. 박성호 원장은 "모든 스타트업을 다 성공시킬 순 없다"며 "김해 의생명산업은 이제,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 성장도 필요한 단계"라 했다.

그는 현재 4~5개 기업을 물망에 올려놓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이들 중에 전국적인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다.

지난 2월, 관내 5개 종합병원(중앙병원, 김해복음병원, 조은금강병원, 강일병원, 갑을장유병원)들과 협약도 맺었다. 의생명 전문기업들이 개발한 제품, 서비스를 임상 현장에서 실증해보는 것.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의사들 조언과 아이디어가 또 다른 인사이트를 줄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겠다 했다.

"바이오, 전자약, 디지털헬스케어 등 의생명 분야는 제품, 서비스 출시 전후 거의 모든 과정이 여러 규제에 잔뜩 묶여 있습니다. 어렵게 개발을 끝내도, 현장에서 실증해볼 기회를 얻기 어렵지요. 여기선 그런 실증사업 규제를 ‘특례’로 풀어주는, 특구 지정을 추진해보려 합니다."

제품과 기술, 자본까지 두루 갖추고 있지만, 현행 제약 때문에 임상 및 실증을 하기 어려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까지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경남 행정부지사 했던 박성호, 그가 김해 미래성장동력에 매달리는 까닭은

박 원장은 올해 초부터 원장(제3대) 임기(2년)를 시작했다. 행시 35회로 경남 행정부지사(1급)까지 역임한 행정전문가. 대통령 비서실과 주일 대사관에서 국제적 안목도 키웠다. 게다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을 지내며 전국 어떤 지자체가,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얼마나 성과를 내고 있는지도 한눈에 훤하다.

그동안 4급(서기관) 퇴직 공무원이 오던 자리를 그가 선뜻 맡은 것은 진흥원이 김해의 미래를 바꿔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 홍태용 김해시장이 인제대 의대 출신 의사여서 의생명산업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는 것도 큰 힘이다.

미래 의생명산업이 가는 길은 디지털 헬스케어로 통한다. 그는 "김해가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사업의 본산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점점 개인화되고, 또 소형화되고 있는 디지털 헬스 디바이스들을 누구나 몸에 착용, 부착하고 생활 현장에서 직접 써보는 스마트 도시다.

박 원장은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성장성 높은 기업들이 김해로 몰려오는 꿈을 꾼다"고 했다.

"더 많은 기업이 여기서 창업과 업종전환의 기회를 얻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실증을 거친 전자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쓰일 때가 오겠지요."

[사진=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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