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의 진격, 세계인 식량 위협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곰팡이의 북상으로 매년 10~23% 농작물 손실 발생
세계 주요 농작물에 대한 곰팡이 공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구의 미래 식량 공급을 위협하고 있으며, 곰팡이 병원균을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건강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가 학술논문으로 발표됐다. 《네이처》에 발표된 영국과 독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곰팡이는 이미 농작물의 가장 큰 파괴자다. 곰팡이는 회복력이 강하고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며 단일 작물의 넓은 밭을 먹어치울 수 있다. 또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 일반적인 살균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곰팡이도 많다.
연구진은 기후 위기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곰팡이 감염이 꾸준히 극지방으로 이동함에 따라 곰팡이 질병의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1990년대 이후 곰팡이 병원균은 매년 약 7km의 속도로 고위도로 이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 지방에서 발견되는 밀줄기녹병(Wheat stem rust ) 감염은 이미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도 보고됐다. 기온 상승이 새로운 변종 곰팡이 병원균의 출현을 유도한다면 태풍과 허리케인 같은 폭풍의 대형화는 곰팡이의 포자를 더 멀리 퍼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명의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영국 엑서터대의 사라 거 교수는 최근 곰팡이가 인간 뇌를 감염시킨다는 내용의 HBO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 곰팡이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이지만 곰팡이 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계적 차원의 보건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실제 임박한 위협은 좀비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아”라고 말했다. 물론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곰팡이의 내열성이 증가하여 곰팡이가 숙주를 뛰어넘어 온혈동물과 인간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또 다른 저자인 독일 킬대의 에바 스투켄브록 교수는 “세계적으로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인류는 식량 생산에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곰팡이 감염으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막대한 농작물 손실을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우려스러운 추세는 온난화로 인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부들은 이미 곰팡이 질병으로 인해 농작물의 10~23%를 잃었다. 쌀, 밀, 옥수수, 대두, 감자 등 가장 중요한 5대 작물에서 곰팡이 감염은 매년 수억 명의 사람에게 공급할 수 있는 식량 손실을. 발생시키고 잇다. 곰팡이는 최근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해충 및 병원균 목록에서 상위 6위로 올라섰다.
연구진은 곰팡이가 토양에서 최대 40년 동안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탄력성이 뛰어나며, 공기 중으로 퍼지는 포자는 대륙 간 이동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거 교수는 “미국에서 토네이도가 지나간 후 포자가 빨려 들어가 장거리 항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살균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곰팡이 병원균은 단일 세포 과정만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빠르게 진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의 살균제와 질병 저항성을 위한 기존의 육종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 가지 해결책은 단일 균주의 단일 배양 대신 곰팡이 감염에 저항하는 다양한 유전자를 지닌 종자 혼합물을 심는 것이다. 2022년 덴마크에서는 밀의 약 4분의 1이 이런 방식으로 재배됐다. 과학자들은 드론과 인공 지능을 통해 발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엑서터대의 연구진이 곰팡이 내의 여러 생물학적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화학 물질을 개발하여 내성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화합물을 발견하는 등 새로운 살충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 접근법은 이미 밀, 쌀, 옥수수, 바나나를 감염시키는 곰팡이에 대해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영국 연구혁신위원회가 2020년~2022년 코로나19 연구에 5억5000만 파운드를 배정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곰팡이 작물 연구에는 2400만 파운드만 배정한 점을 비교하며 곰팡이 병원체 연구에 대한 자금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거 교수는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에 걸리기 전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연구 분야(곰팡이 연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질병에 비해 절대적으로 가난하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1465-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