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트로트’ 부르며 치매 진단?… ‘백세총명학교’의 남다른 연구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치매 관리에 국악·대중가요 이용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가 운영 중인 고양백세총명학교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 활동 모습. [사진=명지병원]
아리랑과 같은 국악이나 트로트를 부르는 것만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가 치매 예방 프로그램인 ‘백세총명학교’를 운영하며 국내 고령층에게 더 친숙한 치매 예방·관리법을 고민한 결과다.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이소영 교수와 신경과 정영희 교수, 주지은 음악치료사는 ‘음악치료 기법을 활용한 경도인지장애·치매 진단평가 도구(MBEMS)’를 연구·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아리랑 부르기, 소고 치기와 같은 국악적 요소와 트로트 등의 국내 대중가요 등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처음으로 반영했다. 지금까지 음악을 통한 치매 진단평가는 대체로 외국의 프로그램을 번역해 사용해왔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국내 노인들의 정서적 특성을 더 잘 반영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검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MBEMS 검사는 10분간 총 14개 항목의 행동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을 평가한다. 세부 검사항목으로는 크게 ‘리듬치기’와 ‘노래 부르기’, ‘복합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리듬치기’는 집중주의력과 계산력을, 노래를 외워 부르는 ‘노래 부르기’를 통해서는 장기기억력을 파악한다.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시행하는 ‘복합과제’는 분리주의력, 분별능력, 전두엽 집행능력, 색인지 등 다각적인 인지기능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해당 검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통악기 등을 검사 장비로 개발하고 특허도 출원했다. 소고와 마이크형 노래방 기기 등을 종합적으로 개조한 이 장치는 리듬치기를 위해 손바닥 터치를 감지하는 ‘리듬부’와 북채를 두드리는 ‘소고부’, 빨강·초록·파란색의 ‘공명 실로폰부’, 가창용 마이크 등을 하나의 장비에 구비해 원스톱으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정도를 판별할 수 있다.

MBEMS 검사의 효용성 검증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 4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활용중인 한국판 간이 정신상태 검사도구인 K-MMSE-2와 MBEMS 검사의 결과와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MBEMS 검사를 통해 경도 인지장애부터 중등도 이상까지 심화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MMSE-2와 중간 수준의 공존타당도와 높은 문항 신뢰도를 보이며,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를 위한 음악치료 진단평가 도구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소영 교수는 “음악치료가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환자에게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진단평가 도구 개발에 대한 국내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었다”면서 “우리 문화적 특성이 담긴 독자적인 진단평가 도구 개발과 이를 검사할 수 있는 장치의 특허 출원을 통해 치매 조기발견과 치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는 2011년 개설한 이래 치매 노인을 위한 종합인지재활 프로그램인 ‘백세총명학교’와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가 협진하는 ‘뇌 건강 인지 예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치매 예방과 치료법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실제 음악은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의 예방과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 ‘단기성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인 해마가 손상된 노인이라도 음악을 통해 최소 2년보다 오래된 시점의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건을 추억하고 기억하게 도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를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고령층의 치매 환자가 요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관련기사=치매에 걸려도…음악은 어떻게 기억을 되살릴까?(https://kormedi.com/1573024/)]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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