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 피한 의료연대 부분파업... '지지율↓' 국힘, 尹거부권 고심
3일 서울 3000명·전국 2만 명 참석... '간호법 거부권' 놓고 정치권 각론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의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첫 부분파업에 나선 가운데 집단 진료공백 등 큰 혼란은 피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놓고 각론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비롯해 부산, 경기 등 전국 16곳에서 '간호법·면허 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해당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 분야 직군단체의 연합이다.
이번 대회를 주도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서울 지역 집회엔 3000명 정도가 모였으며 전국적으론 2만 명 정도가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서울 지역 집회에 1000여 명의 협회원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장에 모인 의료·보건 종사자들은 '간호법 폐기', '민주당 심판'이라고 적힌 붉은색 피켓을 흔들며 집회에 참여했고 이후 민주당 당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의료연대는 간호법을 '보건의료 약소직역 생존권박탈법', '한국판 카스트제' 등의 강도 높은 구호를 동원해 반발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달 30일 간호법 반대 단식 투쟁 중 병원에 후송됐던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병상에 누운 채 입장문을 낭독했다. 곽 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라며 "반헌법적인 '고졸' 학력 제한을 없애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곽 회장이 입장문을 낭독하며 흐느끼자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등도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부분파업(연가투쟁)은 의료현장에서 우려만큼 큰 혼란을 초래하진 않았다. 당초 의료연대가 연가투쟁으로 인한 환자 불편 등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 시간을 오후 5시 이후로 잡았고, 참석 여부나 시간도 자율화했다.
이런 탓에 이날 부분파업에는 대체로 지역 개원의와 간호조무사를 중심으로 동참하면서 전국적인 집단 휴원·휴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일부 동네 의원에선 단축 진료 등을 시행해 일부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은 피하기 어려웠다.
의료연대는 오는 11일 2차 부분파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간호법 발효 여부에 따라 이달 17일에는 의료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 '尹 거부권' 행사 놓고 각론... 국힘 '지지율 관리' 고민
한편, 방미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후 15일 내 대통령은 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대통령실은 "직능 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상태다. 한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등 정부는 단식투쟁과 의료파업을 병행하고 있는 의료연대 관계자를 방문하는 등 의료계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의료파업 등으로 일선 진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간호법안 통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카드뉴스 등을 온라인에 배포하며 보건의료계 ‘갈라치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간호법 발효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간호법 제정을 주도해왔던 대한간호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복지부가 간호법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리해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 갈등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태도를 갖는 것은 오히려 직역 간 갈등을 증폭시킨다"면서 "직역 간 증폭된 갈등을 빌미로 간호법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야도 간호법 제정 정국을 타개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전날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간호법 찬반 여론을 수렴할 자체 여론조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일 이필수 의협회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직역 간 갈등 대립이 심각해 저희도 여론을 좀 더 들여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판단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국회 본회의의 간호법 표결 당시 집단 퇴장한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4~27일)에서 서울권 지지율(28%)이 전주 대비 7%p(포인트) 하락한 영향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해당 지지율은 그대로 더불어민주당(33%, 7%p↑)에 흡수됐다.
국회에서 간호법 발의와 표결을 주도한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명분이 없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4일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선 때 공약이라고 말한 사안이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거의 대동소이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신다고 하는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